무슨 사정이 있을까요?
지구상의 어떤 나라이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특별한 존재 혹은 신이 자신의 나라를 건국했다는 건국신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군 신화(檀君神話)는 한민족 최초의 나라인 고조선의 건국 신화입니다. 상고자의 《삼국유사(三國遺事)》나 《제왕운기(帝王韻紀)》 등 고려 시대에 저술된 역사서에 처음 나오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응제시주(應製詩註)》 등 조선 시대 여러 문헌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중국의 신화는 대부분 《산해경(山海經)》 《회남자(淮南子)》 《초사(楚辭)》 같은 비역사책에 실려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신화의 나라라고 하는 인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하바라타》(산스크리트어: महाभारतम् 마하바라탐)는 라마야나, 바가바탐과 함께 인도의 3대 고대 서사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는 '위대한 바라타 왕조'라는 의미입니다. 주요 줄거리는 고대 인도에 존재하던 쿠루 왕국의 두 왕족 세력들인 판다바와 카우라바 간의 갈등으로, 서사시의 내용은 후기 베다 시대에 해당하는 기원전 10세기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창작되며 만들어졌습니다.
인도는 전 세계의 신화의 원조라고도 일컬을 수 있는 '마하바리따'라는 장대한 신화를 가지고 있지만, '마하바리따'에 인도의 역사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와 다릅니다. 일본의 역사책에는 신화와 역사가 섞여 있으며 이로 인해 신화와 역사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많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고사기 (古事記 こじき)》와 《일본서기》은 일본의 건국신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고사기》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책입니다. 그 서문에 따르면 와도(和銅) 5년(712년)에 겐메이 천황의 부름을 받아 오호노아소미 야스마로(太朝臣安麻呂)가 바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지키라는 제목은 음독이며, 훈독으로는 후루코토후미(古事記, ふることふみ)라고도 읽지만 일반적으로 음독으로 불립니다.
거기에 따르면 태초에 신들이 일본 국토를 만들고 난 위 자신의 자손을 직접 땅으로 내려보내 일본을 영원히 통치하라고 명령합니다. 즉 일본을 처음 통치하기 시작인 진무 천황은 태양신 아마테라스(天照大神 アマテラスオオミカミ)와 혈통이 직접 연결되어 있는 신의 자손입니다.
《고사기》는 이에 대해 태양신 아마테라스가 진무 천황에게 창양무궁의 신칙을 통해 일본 국토에 대한 통치권을 주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사인 《일본서기》 역시 신대에 이어 진무천황편을 서술하면서 그가 천신과 해신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고사기》와 《일본서기》는 천황가의 정통성을 근거 지어주는 가장 중요한 책들입니다.
이에 따라서 천황은 개인의 정치적 군사적 능력이나 인품을 떠나서 오직 황통에 의해서만 정통성을 인정받습니다. 일본 역사에서 천황이 무능력하거나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역성혁명을 일으키거나 천황제를 폐지하려는 급진적인 혁명이 일어나기 힘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사안에 납득되지 않는 어려움에 봉착할 경우네 단순하게 불편한 존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배경을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무능한 천황도 존경을 받는지 그리고 그 강력한 쇼군이 천황제를 무너뜨리지 않았는지 궁금했지만, 역사적 배경을 찾아보고는 저 나름대로의 이해 수준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