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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라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 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일전에 특강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강의를 요청하는 곳은 과정 운영에 대한 경험이 많았는지 공문 발송부터 시작해서  대중교통편까지 빼놓지 않고 안내하는 자상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강의주제부터 심상치 않았다. 무제에 가깝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는 자율성을 제시해 주었고, 재차 요청한 수강생 프로필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뒤늦게 들은 답변은 ‘전문가'가 무슨 세세한 정보가 필요하냐는 핀잔을 답으로 들었다. 


그 교육 진행자는 같은 일을 15년 동안 한 자리에서 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다른 ‘전문가'들은 단 한 번도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면서 강사 추천인을 원망하는 듯한 뒷말까지 남겼다. 그나마 친절함을 베풀어 참고하라고  전해받은 직전 강사의 강의안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수 년 전에 타인으로부터 받았던 강의안과 표지 제목까지 똑같았다. 내심 다행스러웠던 것은 강사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이고 날짜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 상황이 여전히 ‘전문가’ 반열에 끼어들지도 못하는 나에게는 큰 짐이 되어 버렸다. 그가 말하는 ‘전문가'는 마치 힐끗 얼굴만 보면 미래를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점쟁이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강사는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 한다 / 사진.김형래]

강의할 때마다 항상 긴장되는 이유는 수강하는 분들의 관심, 욕구, 연령대, 경력 등에 따라 강의 전개를 달리해야 한다는 가변적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맞춤형 준비한다고 해도 번번이 진행하면서 예상을 벗어나기 마련이고, 준비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고, 어떤 경우에는 같은 과정을 진행하면서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허다하니 그야말로 ‘전문가'이기 보다는 ‘허당'에 가깝다는 자성을 하게 되었다.


과연 ‘전문가'는 어떤 이를 말하는 것일까?


통상 ‘전문가'는 전문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숙련가’와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것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숙련가’는 한번 익힌 지식과 기술 또는 자격으로 평생토록 같은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전문가라면 항상 연구하고 개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적극적인 향상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다. ‘전문가'는 일을 하면 할수록 어려움을 발견하고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안고 있어야 한다.  


최근 만난 많은 시니어는 ‘사회 나오니 막상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자탄하는 소리를 쉽게 내어 놓는다. 반세기 가까운 근무 기간을 가진 직장인에게 자연스럽게 붙여진 ‘전문가'라는 단어가 퇴직 후 바로 사회에서 쓸모 있는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비전문가'로 전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진 환경에서는 ‘전문가'적 실력을 발휘를 할 수 있지만, 재직 시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회사나 조직이 원하는 일을 수 십 년간 해왔던 ‘숙련가'가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가'로 변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특정 시점에 지갑 여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시장에서 돈을 지불할 가치를 가진 역량을 가진 이가 바로 ‘전문가’다. 그 시장에서 누군가가 나의 가치를 알고 필요로 할 때 그 가치를 통해 비로소 반열에 오르게 되는 셈이니, 복잡성은 커지고 새로운 지식은 넘쳐 나는데 고민과 공부를 멈추거나 게을리하는 순간 잃게 되는 동사형 명사로 규정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걷거나 뛰지 않으면 넘어지는 ‘러닝머신'과 같은 것을 비유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자문해 보자. ‘나는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가?’


그 막연한 주문의 강의를 위해 ‘숙련자'의 알려주지 않는 문제를 향해 많은 고민과 준비의 시간을 가진 후 가까스로 강의를 마쳤던 기억을 돌이킨다. 물론 강의 시작 전에 과정 운영자를 뵈었다. 그에게는 세련된 예절과 이마에 아주 깊이 파인 주름을 통해 ‘숙련자'의 노련함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전문가'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할 뿐이었다.


그때 나는 익숙하게 반복 작업을 해내는 ‘숙련자'의 명예에 머무르지 않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는지 자문하는 습관이 생겼다. 오랜 기간 익숙했던 조직을 떠나 새로운 단체나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꼭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니어 여러분, 이제부터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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