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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Jan 05. 2024

당신은 해내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 II

한 번도 '결정'이란 것을 한 적이 없다

딸은 학교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는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여태 팽팽 놀다가 당장 내일 쪽지시험이 다가오자 찡찡거리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뭐가 어려워? 아빠랑 같이 하자. 아빠가 도와줄게!”


참고로 나는 프랑스에 산 적도 없고, 프랑스어를 공부한 적도 없고,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모른다. 완전 한국식 발음으로 '봉쥬르'나 '메르시' 정도는 들어봤다.


딸이 여전히 울상으로 시험 보는 단어들이 적힌 종이를 나에게 내민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내일까지 하냐면서. 약 20개 정도의 단어들을 보고 나도 딸과 같은 생각을 했다.

'와… 이걸 언제 다 하고 자지…'


사실 딸아이의 취침시간은 벌써 지났다. 그때 시간이 밤 11시 정도였던 것 같다.


“이거 학교에서 다 배운 거 아니야? 다 모르지는 않을 테고 어떤 단어가 잘 안 외워지는데?” 제발 모르는 단어가 최대한 적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물었다.


'Le Bonhomme de neige - 눈사람'

'l'arbre de Noël - 크리스마스트리'

'la couronne de l'Avent - 대림절에 켜는 촛불'

(어떻게 읽는지 감도 안 오는 사람 손?!)


이 세 단어는 완전 안 외워진다고 했지만, 관사와 스펠이 헷갈리는 단어까지 합치면 거의 모든 단어를 새로 공부해야 할 판이다.


나는 내 딸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내 첫 진단은 '정확한 발음을 알면 더 수월하게 외울 수 있지 않을까?'였다. 핸드폰으로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 발음을 들려주고 따라 해 보라고 했더니 딸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아빠! 이건 쓰는 시험이라고! 말은 안 해도 된다고!”


그래도 발음을 알면 더 잘 외워질 거라는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그것도 발음과 스펠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야 하는 건데 쉽지 않지…'


'그래. 이번에는 깜지를 해보자!'


A4용지를 몇 장 챙겨 와서 말했다.

“저 세 단어를 여기 앞 뒤로 꽉 채워서 계속 써봐. 그럼 무조건 외워질 거야!”

딸은 툴툴거렸지만 개발새발 단어를 써 내려갔다. 글씨를 워낙 크고 삐뚤게 써서 내가 아는 깜지가 아니었지만 어쨌는 A4 한 장을 다 채웠다. 그리고 테스트.

'두둥!! 실패……'


그때 느낌이 왔다. 


'얘는 지금 어떤 방법을 써도 안될 거야.'
'프랑스어는 어렵고 나는 못할 거야.’라고 이미 마음의 결정을 했으니까.'




다음 화에 계속....







사진출처 : <a href="https://www.freepik.com/free-ai-image/businessman-walking-through-spooky-maze-generated-by-ai_42180481.htm#fromView=search&term=%EC%84%A0%ED%83%9D&track=ais_ai_generated&regularType=ai&page=1&position=33&uuid=e0a21379-f0df-49d3-bc35-082b1197dde8">Image By vecstoc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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