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 숨 쉬는 시골마을에서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
1930년대 초 어느 시골마을을 정처없이 걷고 있던 한 남자. 버스가 그의 옆으로 지나가고 그는 뒷 좌석에 앉아있던 한 아줌마와 눈이 마주친다. 얼마 안가 아줌마가 내렸는데 돌덩이 같은 물건과 함께 내렸다. 남자는 여자에게 다가가 도움이 필요하냐며 물었고 여자는 "그래주신다면야" 라면서 남자의 도움으로 30킬로그램이나 되는 '병아리 부화기'를 여자의 집까지 가져다 준다. 고마운 마음에 여자는 남자에게 와인 한 잔을 가득 담아 주었다. 와인을 다 마신 남자가 떠나려 하자, 여자가 묻는다.
"혹시 일거리 필요하신가요?"
"네"
"내 이름은 꾸데르에요? 당신 이름은?"
"장 입니다."
"그럼 일 하세요."
이렇게 장과 마담 꾸데르의 인연 그리고 동거(?)가 시작된다. 여인의 집에는 한 노인이 함께 살고 있는데 꾸데르의 귀가 먼 시아버지 앙리이다. 그는 사실 시아버지라고 부를 자격이 없는 인물로 젋은시절 꾸데르 부인을 겁탈했고 여전히 그녀의 몸을 탐하고 있는 아주 노망난 노인이다. 당연히 그의 눈에 갑자기 나타난 장이 곱게 보일리 없다. 이튿날 아침에 자신의 컵에 손을 엎으며 커피를 따라주려는 장의 호의를 무시하고 소를 모는 장에게 소들이 자네를 좋아하지 않으니 자극하지 말라는 등 냉담한 모습만을 보인다. 사실 장은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이 마을에서 환영받지 못 하는 존재이다. 어느 누구 하나 따뜻한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사실상 꾸데르 부인만이 그를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있었는데 어느 날 펠리시라고 하는 젊고 아리따운 미혼모가 장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누구 씨인지도 모를 아기를 안고 있는데 일을 하고 있는 장이 아이가 남자아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하지만 이름을 물어봤을때는 대충 얼버무린다.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모습을 애틋한(?)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장. 그때 꾸데르 부인이 땅에 소금을 뿌려대며 그녀를 야멸차게 내쫓는다. 사실 펠리시는 건너편에 사는 여인으로 부모인 프랑소와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이들 부부는 겉으로나마 앙리를 챙기는 것 같지만 실은 아버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가진 유산을 차지하고 싶어서이다. 그들은 재산을 양도 해달라고 하지만 앙리는 꾸데르 때문에 이들의 요청을 한사코 거부한다. 이들은 물론 딸에게도 매우 야박한데 심지어는 딸과 아버지를 이성과 잠자리를 갖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인간들이라며 멸시하기까지 한다.
어느 날 저녁 장과 꾸데르는 서로 식탁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데 장은 자신이 탈옥수임을 고백한다. 장은 하지만 그럼에도 꾸데르는 그를 향한 마음을 거두지 않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하지만 장이 어여쁜 펠리시와 가깝게 지내기 시작하고 육체적으로 애정행각까지 버리자 식탁에 있는 돈을 갖고 그만 나가라고 한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장을 원하지만..
하지만 두 사람은 몰랐다. 그날 저녁 대화를 앙리가 들었다는 것을...... 꾸데르는 못 들을 거라 생각하고 장에게 얘기했지만 사실 앙리는 모든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보다 못한 앙리는 꾸데르에게 아주 모욕적인 말을 하며 꾸데르와 견원지간인 시누이집으로 가고 장의 정체를 폭로하기에 이른다. 곧 프랑소와 부부와 앙리는 경찰서로 가서 장이 꾸데르 부인의 집에 있다고 신고하고 다음날 경찰병력이 꾸데르 부인의 집을 포위한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두 사람은 마지막 키스를 하고 장은 밖으로 나가 도주 하던 중 경찰의 총알세례를 받아 사망하고 꾸데르 부인도 한 경찰이 쏜 총에 이마를 맞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프랑스의 추리소설가 조르주 심농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지만 결말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암시가 나오는 영화이다. 당시 프랑스 최고의 미남배우인 알랭들롱과 비록 나이를 먹긴 했지만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시몬느 시뇨레가 출연한 이 작품은 굴곡있는 삶을 살아 온 여인과 탈옥범이라는 이루어 질 수 없는 로맨스가 펼쳐지고 그에 걸맞게 시종일관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가 스크린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독득한 점 이라면 젊고 잘생긴 청년과 나이들고 살찐 중년의 여인의 사랑이라는 점 이다. 아무리 봐도 잘 어울리지 않고 조금은 어색할 수 밖에 없지만 영화속에서 내내 비춰지는 시골마을 특유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감미로운 OST 그리고 알랭 들롱과 시몬느 시뇨레라는 빼어난 연기로 인해 그러한 어색함이 조금은 희석되어 가슴아픈 러브스토리로 다가온다. 지루한 면도 없지 않고 전형적인 중년 노인과 미남청년이라는 설정이 쉽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는 성인이 되어야만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성인의 신분으로 보아야만 비록 1970년작 《러브스토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영화가 좀 더 가슴아픈 로맨스 영화로 감상 되어질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