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안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세사람
알랭들롱,지안 마리아 볼론테,이브 몽땅,앙드레 브루빌 주연의 암흑가의 세사람(원제 레드 써클)은 쟝 피에르 멜빌의 작품중에서도 가장 현대적인 범죄영화로 손꼽히는 수작이다. 멜빌이 말년에 연출한 이 작품은 프랑스 범죄세계의 암울하고도 조금은 비극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는데 특히 프랑스 범죄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경찰과 범죄자 사이의 경계 즉 선과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특징이 알맞게 부각된 작품이다. 국내에는 71년도에 '대결'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감방에서 잠들려하는 코리의 방에 느닷없이 교도관이 들어온다. 동시간에 마테이경감이 보젤이라는 죄수를 기차로 호송한다.
한편 코리의 방에 들어온 간수는 다음날 출소한다는 소식을 알려주고 5년동안 코리를 지켜본결과 그가 제격이라고 판단하여 그에게 일 하나를 제안한다. 코리는 처음에는 단칼에 거절하지만 일단 일에 대해서 상세히 들어보기로 한다.
다음날 출소하는 코리. 코리는 출소하자마자 자신을 감옥에 복역케한 사실상 장본인인 한 조직보스 리코 를 찾아간다. 리코는 이른 아침에 갑자기 방문한 코리가 전혀 반갑지 않지만 겉으로는 살갑게 맞아준다. 이제 출소했으니 자신만 믿으라는 리코.. 하지만 코리는 그 말을 믿지 않고 대담하게 그에게 5천프랑을 빼앗아 유유히 보스의 집을 나선다. 이 시점에서 보젤은 몰래 준비해둔 옷핀을 이용해 수갑을 풀고 창문을 부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탈출을 감행한다. 마테이경감이 기차를 멈추고 다수의 경찰들 개까지 동원하여 보젤을 추적하지만 실패하게 되고..
한편 코리가 자동차가게가 문을 열때까지 잠시 당구장에서 3쿠션을 즐기는 동안 리코의 부하들이 들어와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지만 코리는 그들을 단숨에 제압하고 신고하려는 당구장주인의 전화선까지 끊어버린채 당구장을 나온다, 그리고는 차를 한대 구매해 어디론가 향하는 코리.. 코리가 식당에서 잠시 아침을 먹고 있을때 탈출한 보젤이 우연히 코리의 트렁크에 탄다.
중간중간 경찰의 검문을 무사히 통과한 코리는 한 벌판에 차를 멈추더니 보젤보고 아무도 없으니 나오라고 한다.. 이렇게 운명적으로 마주친 두사람.. 이렇게 두 사람은 한 배를 타게 된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 리코의 부하들이 갑자기 코리의 차를 막아세우고 숲으로 끌고가 그를 죽이려는 순간 보젤이 트렁크에서 나와 코리를 도와주고 리코의 부하들을 죽인다.
먼지가 수북히 쌓인 코리의 집에서 간수에게 제안받은 일을 보젤에게 얘기해주는 코리. 그는 비록 좀 찝찝하지만 결국 그 일을 하기로 하고 보젤도 뜻을 같이 하게 된다.. 보젤은 한명을 더 끌어들일것을 주장하는데 그의 이름은 얀센. 그는 경찰이었지만 직업적 환경때문에 경찰을 그만두고 집에서 폐인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테이의 전 동료이기도 했다. 동물들,징그러운 벌레들이 그에게 다가오는 환영에 사로잡힐정도로 그의 상태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때 그의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 코리였다. 코리는 전화로 얀센과 약속을 잡은 뒤 한 술집에서 얀센과 만나게 된다. 얀센에게 일을 설명하게 되는 코리.. 술집에서 나온 후, 두사람이서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던 도중, 보젤이 중간에 동승한다. 오랜만에 만난 얀센과 보젤은 인사를 하다가 보젤이 마테이경감이 자신을 쫒는다는 사실을 알리자 마테이를 잘아는 얀센은 꽤 힘들거라고 얘기하는데.. 어쨌든 결국 이렇게 모인 세사람..
코리가 간수에게 제안받은 일은 한 금은상점을 털으라는 것이었다. 상당한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었지만 코리와 보젤 그리고 얀센은 함께 일을 하기로 한다. 그들이 일을 진행하는 동안 마테이는 보젤을 계속 추적하고 있고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친 삼인조는 거사를 감행하게 되고 거사완료후 경보장치가 울리게 되지만 그들은 재빨리 현장을 벗어난다.
한편 절도사건이 나고 이 사건 역시 수사를 떠맡게 된 마테이는 집요한 수사끝에 이 사건에 보젤 뿐만아니라 자신의 옛동료 그리고 코리라는 수완좋은 범죄자까지 가담한 사실을 깨닫는다..
절도한 보석을 장물아비를 통해 팔아 현금으로 전환하려 하지만 예상밖에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고 마테이경감은 노련한 경찰답게 무서운 속도로 수사망을 좁혀오게 되고.. 범죄라는 붉은 원안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한 배를타고 위험한 항해를 하게 된 세사람의 운명은 과연......
이 영화는 배우들의 대사가 극도로 절제된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은 한밤중이나 새벽 그리고 비가오는 배경.. 이러한 요소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 음울하게 만든다. 영화 중반부에 마테이가 집에 들어와 고양이들에게 얘기하는 장면들이 오히려 수다스럽다고 느낄 정도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대로 선과악이 모호한것이 이 영화의 주요한 요소이다. 교도소간수가 자신이 세운 범죄계획에 코리를 가담시켜 코리로 하여금 다시 범죄세겨에 발을 들이게 한것, 마테이가 한 술집 주인을 필요이상으로 강도높게 심문하는 과정,전직 경찰이 절도사건의 공범이 된것. 이러한
프랑스범죄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영화 이곳저곳에서 녹아들어 영화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범죄영화의 대가 멜빌의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쟝 피에르 멜빌은 이 영화 외에도 1967년작 사무라이,그의 유작인 1972년작 리스본 특급을 통해서도 유명세를 떨쳤는데 특시 사무라이는 훗날 다수의 홍콩범죄영화(ex 오우삼의 첩혈쌍웅)에도 큰 영향을 미칠정도로 세기의 걸작으로 평가받고있고 주인공 알랭들롱은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고독하고 냉정한 범죄연기를 처음 선보인다. 알랭들롱,지안 마리아 볼론테, 이브 몽땅, 앙드레 브루빌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펼치는 긴장감 넘치는 연기,쟝 피에르 멜빌의 음울하고도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프랑스범죄영화의 표본이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