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식 | 티마스터의 노트 2

제다법, 녹차를 만드는 기술

by 이소연 Teana Lee


찻잎을 다루는 일은 결국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1.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무수한 가능성


세상 모든 차는 동일한 출발점을 갖는다.

Camellia sinensis, 단 하나의 차나무에서 태어나지만

그 이후의 여정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언제 수확하느냐,

어떻게 말리고 덖고 비비느냐에 따라

찻잎은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변모한다.


같은 나무에서 자란 잎이

때로는 은은한 녹차가 되고,

때로는 깊은 홍차가 되며,

때로는 복합적인 우롱차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기술,

그것이 바로 제다(製茶)다.

단순한 가공이 아닌,

찻잎이 품고 있던 잠재력을 깨우는 예술이다.



2. 녹차의 철학 —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기술


녹차는 시간과의 경주다.

찻잎이 지닌 푸른 생명력을 그 순간 그대로 붙잡아두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찻잎을 따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산화를 막기 위해

즉시 열을 가해 효소의 활동을 멈춘다.

이때 사용하는 열처리 방식에 따라

녹차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증제(蒸製) — 일본의 섬세함


증기로 찻잎을 익히는 일본의 전통 방식.

짧은 증기 처리는 찻잎의 세포벽을 부드럽게 파괴하면서

본래의 색과 향을 최대한 보존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센차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감칠맛과

선명한 녹색을 자랑한다.


건열 덖음(炒製) — 동아시아의 지혜


중국과 한국에서 발달한 솥 덖음 방식.

높은 온도의 철솥에서 찻잎을 볶아내

고소한 향과 부드러운 단맛을 만들어낸다.


덖는 사람의 손길과 경험이

차의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인간적인 제다법이기도 하다.



3. 지역이 만들어낸 차의 개성


일본 — 완벽을 추구하는 정밀함

• 차광재배로 기른 교쿠로의 깊은 단맛

• 곱게 간 말차의 진한 향

• 센차의 상쾌한 바다 내음

일본의 녹차는 세련된 기술로 각 특성을 극대화한다.


중국 — 다양성의 미학

• 용정차의 납작한 우아함

• 비취나선춘의 섬세한 곡선

• 주엽모첨의 곧은 기품

외형을 통해 맛과 향의 개성을 표현한다.


한국 — 따뜻한 정성

• 보성의 부드러움

• 하동의 깊이

• 제주도의 청량함

솥 덖음의 온기가 그대로 스며든 정감 있는 차.



4. 말차 — 찻잎과 하나가 되는 경험


말차는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차와 하나가 되는 경험이다.

찻잎 전체를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들어 물과 함께 마시기 때문이다.

• 수확 전 수주 간 차광 처리

• 클로로필과 테아닌 농도 상승

• 증제로 익히고 줄기 제거 후 덴차(碾茶)

• 석제 맷돌로 천천히 갈아 말차 완성


말차 한 잔에는

찻잎 전체의 영양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카페인과 테아닌의 조화는

집중력을 높이면서도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5. 형태에 담긴 기능의 미학


중국 녹차의 외형은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단지 장식이 아니다.


각각의 모양은

찻잎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우림 시 최적의 추출을 위한 기능적 설계다.

• 용정차의 납작함 빠른 추출

• 비취나선춘의 말린 형태 점진적 향 방출

• 주엽모첨의 곧은 형태 균일한 추출



6. 유념 — 상처가 아닌 생명력의 각성


유념(揉捻)은 찻잎을 비비고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다.

겉보기엔 찻잎에 상처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찻잎의 향과 맛을 깨우고 보호하는 핵심 기술이다.

• 찻잎의 세포벽이 부분적으로 파괴되어

우림 시 성분이 더 잘 우러나고

• 특정한 형태로 만들어져

보관 중 산화를 줄이고,

운송 과정에서도 손상을 최소화한다.


유념은 찻잎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완성시키는 기술이다.


https://i.pinimg.com/originals/13/92/63/139263a1aab61b930abe600805df1904.png [이미지참고]


7. 형태가 결정하는 우림의 철학


찻잎의 모양은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우림법의 지침서다.


납작한 잎 (용정차)

• 빠르게 추출됨

• 낮은 온도(70~75), 짧은 시간(1~1.5)

• 깔끔하고 시원한 맛


말린 잎 (비취나선 춘)

• 점진적으로 풀어지며 향 발산

• 중간 온도, 충분한 추출 시간

• 깊고 풍부한 맛


침형·나선형 (주엽모첨)

• 정밀한 추출 조절 필요

• 온도와 시간 모두 섬세하게



마무리하며


제다법을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차를 만드는 기술을 아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찻잎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앞의 차 한 잔이 되었는지,

그 여정에 담긴 시간과 정성, 그리고 지혜를 읽어내는 일이다.


찻잎의 숨을 다루는 일은

결국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정확하게.

섬세하지만 확고하게.


그렇게 만들어진 차 한 잔에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완벽한 조화가 담겨 있다.



당신의 차 이야기


여러분은 어떤 차를 좋아하시나요?

차생활 하며 평소 궁금했던 것은요?


#티라이프 #건강차 #웰니스 #자기계발

하루의 끝, 한 잔의 차처럼.

글로 마시는 나의 티라이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