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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리카겔 Jul 15. 2018

12. HRD의 벤치마킹과 BP의 함정에 대해

 - 제대로 벤치마킹하는 방법

Q) 교육제도 수립과 관련해서 타사 벤치마킹을 하려 합니다.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요?


HRD담당자는 항상 벤치마킹과 BP(Best Practice)에 목말라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야 되는데 외부 컨설팅은 받기 어렵고 맨땅에 해당해야 되는 상황이면 더욱 간절하게 느낍니다. 그래서 HR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교육과 관련된 참고자료를 줄 수 있냐는 질문이 자주 올라옵니다(개인적으로는 조금 무례한 부탁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외부기관에서 우수사례 발표회도 많이 열립니다. HRD관련 콘퍼런스나 세미나에 가면 다들 자신의 회사에 적용할만한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항상 사람이 몰립니다.



일반적으로 벤치마킹을 하려는 경우는 다음의 3가지 정도인 듯합니다.


1. 제도 : 교육지원제도, 경력개발제도, IDP 등

2. 프로세스 : 교육체계 수립 프로세스, 교육개발 프로세스 등

3. 교육과정 종류 및 내용 : 어떤 교육을 하는지, 어떤 방법론을 적용했는지, 어떤 콘텐츠를 다루었는지 등


저 같은 경우도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타사 벤치마킹을 종종 다녀옵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하기도 하고요. 다른 분야들도 벤치마킹을 많이 하겠지만, 특히 HRD분야에서 벤치마킹을 하려 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1. 검증된 방법이라 안심이 된다.


 - 다른 회사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HRD같은 경우는 대세라고 생각하면 대부분 따라가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 분야에서는 차별화가 중요할 수 있지만, HRD솔루션이라는 것이 대부분 대동소이하기 때문입니다. 타사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담당자는 마음 편하게 자사에 해당 프로그램 도입을 추천할 수 있게 됩니다.


2. 고민이 줄어든다.


 - 매일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란 쉽지 않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방법과 내용에 우리 회사의 이름만 바꿔서 넣어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벤치마킹은 담당자의 고민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3. 윗사람도 좋아한다.


 - 윗분들 대부분은 경쟁사나 선진회사에서 하고 있는 제도들을 정리해서 가져오면 좋아합니다. 심지어 새로운 것을 보고하면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냐를 먼저 물어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옛날로 따지면 사대주의 같은 걸까요? 어쨌든 윗분들도 보고받을 때 좋아하기 때문에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벤치마킹의 위험성과 제대로 벤치마킹 하기


그러나 벤치마킹이 항상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벤치마킹은 몇 가지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먼저 회사에서 검증된 방법이 우리 회사에 맞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조직의 상황, 구성원의 다양성, 투입자원 등 모든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또한 타 회사의 사례가 검증되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대부분 외부에서 발표하는 사례는 자신들은 우수사례라고 생각해서 발표하겠지만, 정작 구성원들에게는 공감을 못 받고 있는 내용도 꽤 많습니다. 발표란 것은 항상 포장하기 나름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벤치마킹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막아버릴 수 있습니다. 타 회사의 잘 정돈된 사례를 보게 되면 그 자료가 기준점이 되어버리면서 새로운 더 이상 도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종의 지식의 함정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따라서 HRD담당자가 벤치마킹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맥락과 프로세스 위주로 벤치마킹하기


- 세부적인 내용을 참고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된 해당 조직의 맥락과 작업 프로세스를 위주로 참고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벤치마킹 대상 조직의 사업이슈, 사업방식, 조직구조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면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프로세스를 중점적으로 보기를 권장드립니다. 프로세스는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좋은 프로그램은 좋은 프로세스를 따라야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수한 프로세스를 가진 기업들을 벤치마킹하시기를 바랍니다. 


2. 똑같이 X,  우리 회사에 맞게 O


- 담당자들이 급한 나머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입니다. 이런 경우 특히 자료에 집착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조직활성화 담당자가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소개하여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내 소개하여준 분에게 전후 맥락은 묻지 않고 무조건 교재와 같은 자료만 보내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하여, 매우 당황스러워하였다고 합니다. 무조건적으로 자료만 가져온다고 우리 회사에 맞는 프로그램이 뚝딱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프로세스만 참고하여 우리 회사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이는 외부 강사 선정 시 아주 중요한 선정 요소 중 하나입니다. 좋은 강사와 좋지 않은 강사의 대표적인 능력 중 하나가 바로 회사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는 능력입니다. 좋지 않은 강사는 자신의 콘텐츠만 가지고 어떤 회사를 가도 똑같은 강의를 하지만, 좋은 강사는 적어도 회사의 주요 사업, 회사 분위기, 최근 회사이슈, 교육생의 특성 등을 확인해서 강의안을 바로바로 수정하더군요. 저도 이런 강사분들과는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합니다.


3.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지 말기


-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너무 세세한 부분에만 집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세세한 부분은 HRD담당자가 조직의 상황에 맞게 별도로 정교하게 작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사관리협회의 우수 사례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세미나 종료 후 질문을 받는데, 재미있던 것은 대부분 질문이 너무나 세세한 내용들이었다는 점이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결재라인은 어디까지였냐, 팀장을 설득을 어떻게 하였냐, 비용이 얼마나 들었냐 와 같은 질문들이었습니다. 종료 후에 발표하신 분도 조금 당황해하시더군요. 물론 저도 담당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세세한 부분에만 집중하다가는 벤치마킹의 진정한 목적을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벤치마킹에 의존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HRD담당자가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게 된다면, 벤치마킹은 타사 프로그램을 베끼는 활동이 아닌 요구분석의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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