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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리카겔 Nov 06. 2018

21. HRD이슈파악을 위한 주요포인트에 대해

 - 사업계획시즌을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바야흐로 사업계획의 시즌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10월에서 12월 사이에 내년 사업계획을 잡으며, 늦어도 1월 중에는 확정하게 됩니다. HRD부서도 마찬가지로 이 맘 때쯤 올해 실적을 리뷰하고 내년도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타 부서에 비해서 HRD부서의 사업계획은 조금 더 고민이 많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HRD부서가 돈을 쓰는 부서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과는 잘 보이지는 않고, 없어도 될 것 같은 부서인데 돈은 많이 쓰는 것 같고... 이러다 보니 평소에도 예산 삭감은 빈번히 일어나며, 회사가 어려운 경우에는 더더욱 심하게 압박이 들어옵니다. 회사가 어려운데 교육해서 뭐하냐? 와 같은 질문에 HRD부서가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성과를 열심히 측정해서 보여줘도, "그게 교육 때문이냐?"라고 한 마디 하면 대꾸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 내년을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회사의 성과향상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 밥그릇이 걸려있으니까요. 기존에 하던 업무만 하면 그 누구도 HRD 부서의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심지어 존재 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을 잘 통과시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사업계획 프로세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로 HRD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1) 금년도 실적 리뷰 및 이슈 파악

     2) 내년도 회사 주요 이슈 파악(조직 이슈, 사업 이슈, HR 이슈 등), 여기서 HRD 관련 이슈 도출

        (요기에 추가적으로 타사 벤치마킹 및 HRD 트렌드 분석 작업 들어감)

     3) 1과 2를 조합하여 내년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 및 기존 프로그램 운영 계획 수립

     4) 예산 편성 및 일정 수립

     5) 핵심 과제 선정 및 업무분장


일부 회사는 예산 일정이 사업계획 일정보다 빠르기 때문에 예산 초안을 먼저 수립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큰 그림을 먼저 짠 이후에 세부 사업계획은 다시 짜야하겠죠. HRD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3번 '내년도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잘하기 위해서는 앞 단계인 1)과 2)가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회사의 이슈에서 HRD이슈를 잘 발굴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HRD이슈를 발굴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매년 하는 리더십 교육, 승진자 교육, 신입사원 교육이 달라져 봤자 얼마나 달라지겠습니까. 물론 기존 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티가 잘 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럴 때 제일 감사한 건 사실 CEO가 그냥 "이 교육 해!"라고 시키는 것입니다. 눈에도 띄는 과제고 고민할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나요. 하지만 손 놓고 있으면 안 되겠죠. 내년 먹거리 발굴을 위해 HRD담당자가 알아두어 할 포인트들에 대해서 몇 가지 적어봤습니다.



1. 타 부서와 친하게 지내기


일반적인 리더십 교육, 조직활성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HRD부서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이러한 교육은 그만큼 현장감이 떨어지고, 현업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출되는 과제 또한 신선하지 못하고 기존에 하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기 쉽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타 부서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핵심인 듯합니다. 특히 인사팀과 분리되어 있다면 인사팀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사에서 중요한 이슈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인사 쪽 이슈만 잘 파악해도 HRD 이슈는 넘쳐납니다. 리더십 강화, 로열티 강화, 조직문화 전파,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 등등... 실제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인사와 협업을 해야 효과도 높습니다.


그다음으로는 각 사업 별 기획부서와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사업 별 기획부서에서는 특히 직무교육 이슈가 많이 도출됩니다. 영업기획에서는 영업교육 이슈가, 품질기획에서는 품질 교육 이슈가 발생하겠죠. 이를 잘 캐치해서 기획부서와 협업한다면 좋은 과제들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현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HRD이슈에 반영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결국 "이 교육해줘"라는 단순한 요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 이슈가 확인되었을 때, 구체적인 요구분석을 위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정치적 감각 살리기


정치적 감각은 HRD담당자에게는 아주 중요합니다. HRD프로그램 자체가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교육 과정을 만들 때, 담당자가 아무리 분석을 잘했다고 해도 CEO가 한마디 하면 바뀌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육을 통해서 직무역량이 향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CEO와 같은 경영진들이 교육을 하는 행위 자체에 문제해결 측면에서 심적인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 조직의 이슈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진이, 소속 임원이, 그리고 소속 팀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캐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CEO가 소통에 꽂혔다면? 무조건 내년은 조직활성화 소통 워크숍을 돌려주는 거죠. 인사임원이 코칭에 꽃혔다면? 무조건 임원 코칭 프로그램 한번 돌려주는 거죠. HRD담당자는 그럼 뭐 하는 거냐, 아무런 힘도 없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경영진의 생각 자체가 HRD이슈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영해야 합니다. 정 아니다 싶으면 담당자는 열심히 데이터를 모아서 보고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선택하는 것은 윗사람의 몫입니다. 슬플 수도 있는 말이지만 HRD담당자는 고집이 너무 세면 안 됩니다.  



3. 벤치마킹이나 HRD트렌드는 참고만


타사 벤치마킹 자료, ATD 자료, 외부 세미나 자료 들을 보면 기가 죽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마이크로러닝이니 게이미피케이션이니 애자일이니 70/20/10이니... 우리 회사에는 꿈도 못 꿀 솔루션들을 글로벌 기업에서는 이미 적용하고 있다고 하고, 학자들은 계속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타사에 적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우리 회사 상황에 맞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회사마다 조직 구조도 다르고, 산업구조도 다르기 때문에 HRD이슈도 다를 텐데 최신 트렌드라고 그 방법이 좋을 리는 없겠죠. 실제로 대부분의 트렌드는 학자나 업체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 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보다는 자신의 조직에 맞는 이슈를 발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실제로 제가 대학원 수업 때 ATD 트렌드가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 정착되는데 얼마나 걸리는 지를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 10년 정도 걸리더군요. 본인이 HRD를 정말 중요시하는 기업에 다니고 있지 않다면, 큰 회사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솔루션을 향후에 자신에 맞게 적용해도 늦지 않습니다.




4. 그래도 할 게 없다면 자체 교육과정 개발하기에 도전


아무리 생각해도 새롭게 할 과제가 없다면, 자체 교육과정 개발에 도전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체 교육과정 개발은 3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1) 비용이 저렴하다.  2) 우리 회사만의 맞춤 교육을 만들 수 있다. 3) 담당자의 역량개발에 도움이 된다. 물론 단점은 외부강사보다는 스킬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 강사의 자질에 따라 교육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겠죠. 대부분은 장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일부 승진자 과정이나, 리더십 과정, 조직활성화 교육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본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실 겁니다.


가급적이면 설계단계부터 강의까지 전 단계를 직접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할 때는 말아먹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특히 강의 장면에서는 꼭 같이 봐줄 수 있는 동료사원이 있어야 합니다. 혼자서는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우니까요.




5. 공부하기


HRD프로그램의 수준은 HRD담당자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HRD이슈는 잘 발굴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담당자의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합니다. 담당자가 다양한 솔루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결국 좋은 강사 섭외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본인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 모두를 위해서라도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연말 시즌에 보통 HRD 담당자들을 위한 세미나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마다 좋은 이야기를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자신들의 솔루션을 홍보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HRD 담당자가 지식이 없다면, 업체의 말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항상 새로워 보이고 있어 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HRD 담당자 입장에서는 끌리기 마련이죠. 흔들리지 않는 담당자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공부합시다.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을 위한 HRD과제 발굴은 담당자의 양심의 문제와도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겉으로 볼 때는 엄청나게 있어 보이기 때문에 자신의 성과를 위해, 또는 담당자의 역량개발을 위한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무리하게 과제를 선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성과가 중요한 만큼 개인의 성과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적절하게 조율을 하는 것이 담당자가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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