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글을 한 번 안 쓰니 계속 안 쓰게 되는 것 같아서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폰으로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제 이직한 지 2개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직장에서도 어쩌다 보니 채용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채용을 담당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이력을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저도 앞으로 먹고 살길을 생각할 나이다 보니, 많은 HRD선배들이 먼저 다녀간 길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사실 HRD라는 게 HR 내에서는 가장 후순위로 밀리는 업무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업무에 대한 열의가 가득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계속 그 업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실제 대기업에서도 HRD부서 팀장이 HRD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올 때가 많으며, 연수원장도 임원들이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쉬러 올 때도 많습니다.
현실이 이러니, HRM에서도 HRD를 무시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앱을 종종 하는데, 거기서 최근에 본 글 중에 "HRD는 외주 대상이다, 과자 깔고 업체 섭외하는 게 업무의 전부 아니냐"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HRD의 조직 내에서의 위치일 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HRD담당자로서 조직에서 오래 롱런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잘 나가고 있는 선배님들의 커리어를 옆에서 지켜보고, 링크드인 등을 통해서 분석해 볼 때 아래와 같은 방법들을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1. HRM 업무 한번 하고 오기
HRM을 한번 하고 와야 HR 내에서도 무시를 덜 받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HRD만 할 때는 잘 몰랐던 조직 내부의 구조적 이슈나 인사정보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향후 전략적 HRD업무를 수행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도움이 되는 업무는 채용, 평가가 있습니다. 두 가지 업무 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보다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외에 보상, 인사기획, 인사운영 같은 업무도 많이 도움됩니다.
다녀오는 시점은 가급적 저연차 때가 좋습니다. 과장급 이상 되면 몸이 무거워져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대리급 정도에서 다녀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 리더십 개발/조직개발에 집중하기
HRD에는 다양한 영역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HRD담당자의 역량이 가장 집중되는 부분이 저 2가지입니다. 물론 직무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는 프로세스 전문가 이상으로 발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 영역은 전문성도 높이 요구되며 조직 내에서 임팩트도 있기 때문에 대체가 쉽지 않습니다.
리더십 개발의 경우, 단순 강사섭외가 아닌 어세서 역할까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리더십에 대한 진단부터 개선방법까지 직접 피드백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죠. 물론 강사가 다 하는 곳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 영역만은 가급적 직접 하셔야 본인의 역량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해당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HRM과 연계도 많이 됩니다.
조직개발의 경우, 단순 이벤트 실시가 아닌 진단설계부터 솔루션 도출까지 직접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진단설계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최근에는 문화 전파에 대한 수요도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참고로 여기서 핵심은 외주를 최소화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강의나 디자인 작업 같은 것은 외주를 줄 수 있겠지만, 코어 부분은 꼭 직접 하시기 바랍니다.
3. 킬러 콘텐츠 보유하기
이 경우는 사실 큰 회사보다는 중견 정도의 규모의 회사에서 가능합니다. HRD담당자가 보유한 콘텐츠 자체가 너무 강력해서 외주를 주는 것보다 비용 및 품질 측면에서 더 낫게 되면 조직 내에서도 그 사람을 계속 찾게 됩니다. 외부강사를 쓰면 시간당 30만원인데 사내강사를 쓰면 시간당 3만원에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요?
콘텐츠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 설계, 조직활성화 교육, 직무공통 교육 등등..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회사 밖에서도 써먹을 수 있느니 시간 되실 때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이 핑계로 관련 자격증도 비용지원 받아서 취득하시구요.
이 외에도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일단 이 3가지가 강력해 보입니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HRD가 회사에 임팩트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대부분 교육들이 취소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면 그게 진정한 HRD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들 힘든 시기 잘 넘겨서 조직 내에서 오래 롱런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