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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리카겔 Feb 18. 2022

[채용담당자로 살아남기]1편

현업에서 JD를 잘 안써줘요


[본 글은 인살롱에 올린 글입니다 : https://hr.wanted.co.kr/insights/surviving-as-a-recruiter-2]


HR의 업무 영역 중에서 채용만큼 이론적 배경이나 연구가 적은 분야도 잘 없을 겁니다. 기존의 경영학, 산업심리학에서 나오는 채용 관련 이론들은 대부분 어떤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어떤 방법론을 사용해야 되는지에 대한 '선발'관련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선발은 채용 단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인재전쟁 시대에서는 선발보다는 모집에 좀 더 비중이 실려있는 것 같습니다. 선발도 일단 좋은 사람이 우리 회사에 지원을 해야 이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러다 보니 리쿠르터들은 어떻게든 좋은 인재를 모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를 위해 대부분의 리쿠르터들이 한 번씩은 참고했을 내용은 '구글 리워크'의 'HIRING'섹션일 겁니다. 채용을 잘하기 위한 6개의 주제들이 아주 실무적으로 잘 나와 있습니다. 특히 모집활동의 시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직무기술서, 즉 JD(Job Description)의 중요성과 이를 잘 작성하기 위한 팁들이 잘 나와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IT기업/스타트업들의 채용공고는 해당 양식을 준수해서 작성되고 있을 겁니다.

[구글 리워크의 HIRING 자료. 채용에서는 거의 BIBLE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JD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과 같이 적당한 키워드와 간결한 내용만 써도 지원자들이 몰리는 기업도 있겠지만, 채용이 어려운 기업에서는 어떻게든 JD를 통해 후보자들에게 우리 회사는 좋다! 이 직무는 바로 당신을 찾고 있다!라는 것을 어필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JD를 쓸 때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씁니다. 잘 쓴 JD의 문구 하나는 돈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후보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쓴 JD를 보고 낚여서(?) 입사한 경력사원도 있습니다. 가끔 면접에 들어가서 지원동기를 말할 때 'JD를 보고 이 포지션은 나를 뽑는 자리라고 느꼈다'라고 하면 담당자로서 참 뿌듯합니다.

[실제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JD를 썼던 사례입니다. 덕분에 좋은 분을 모셨습니다.]


하지만 항상 이론처럼 좋은 JD만 쓰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JD라는 건 결국 현업부서에서 초안을 먼저 작성해줘야 하는데, 생각보다 별로 관심이 없고 잘 안 써주시는 분이 많습니다. 공고를 낼 때 항상 Hiring Manager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직접 찾아가서 'JD좀 잘 써주세요~ 이거 잘 써주셔야 사람들이 많이 지원합니다~'라고 말해도 잘 안 먹힐 때가 많더군요. 분명히 중요한데 왜 대체 안 써주실까? 고민을 한 번 해봤는데 제가 생각한 답은 3가지 정도였습니다.


1. JD의 중요성을 인지를 못한다.
- 나이가 있으신 분들일수록 인지를 못하는 편입니다. 왜냐면 그분들은 "영업" "지원" 이 문구만 보고 입사지원을 했던 분들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얼마나 사람 뽑기가 힘든지 아시는 분들이라면 좀 더 협조적일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공고를 올리면 알아서 지원자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HR에서 알아서 써주기를 바란다.

- 업무가 바쁘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다 보니, HR에서 써주기를 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굉장히 많이 겪어봤습니다. 그냥 팀 업무 분장표나 내부 직무기술서 보고 적당히 써서 올려달라고들 많이 하십니다. 이러면 외부에 올릴만한 수준은 나오지만, 매력적인 JD는 잘 나오지 못합니다.


3. 나도 내 업무를 제대로 구조화 못 시키겠다.
- JD를 작성할 때는 당연히 현재 수행하는 업무를 간결하게 기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활동 자체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업무들을 하는데 어떻게 이걸 짧게 쓰나? 내 업무는 한 줄이면 다 표현돼서 더 쓸 내용이 없는데? 팀 공통 업무 같은 것도 써야 되나? 등등 다양한 이유로 구조화되지 않은 내용들이 날 것 그대로 넘어올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현업에서 잘 써주기를 바라고만 있을 수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특별한 건 아니지만 리쿠르터가 직접 할 수 있는 자잘한 팁들을 몇 가지 공유드립니다.


1. 참조할 수 있는 내부자료 모두 동원하기

- 내부에서 대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어봅니다. 조직도, 팀 업무분장, R&R, 직무명세서, 사업보고서 등등을 읽다 보면 전체적으로 이 팀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감이 오게 됩니다. 그래도 잘 이해가 안 가면 Hiring Manager 직접 찾아가서 더 물어봅시다. JD는 안 써줄지언정 대답은 다 해주실 겁니다.


2. 잘 쓰여있는 외부 JD 베끼기

- 유사 산업, 유사 기업, 유사 직무의 채용공고를 검색해서 잘 된 부분을 가져와서 베낍니다. 똑같이 가져오면 뭔가 이상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단어나 어투를 우리 회사에 맞게 고칩니다. 또, 1개의 문장을 2개의 문장으로 바꾸거나 단어 배열을 바꿉니다. (사실 이건 논문 표절 피할 때 많이 쓰는 법입니다...) 특히 우대사항에는 우리 회사에 해당되는 내용을 꼭 추가해줍니다. (EX. 00산업 경험자 우대, 00시스템 경험자 우대, 00프로그램 활용자 우대 등)


3. 좋은 채옹공고 템플릿 참고하기

-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중요합니다. IT/스타트업 공고문을 보면 깔끔하고 눈에 잘 띄는 JD가 많습니다. 원티드 채용 공고문들만 봐도 참고할 내용이 정말 많으니, 많이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방법들도 사실 리쿠르터 혼자 하는 것에는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현업부서와 Hiring Manager에게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인재확보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보다 적극적으로 채용 프로세스에 개입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쿠르터분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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