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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리카겔 Jul 02. 2018

6. 주52시간근무와 HRD에 대해

 -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HRD

Q) 최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기업들이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HRD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도출해야 할까요?


최근 HR의 핫이슈는 바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입니다. 과거 68시간까지 가능했던 주당 근무시간이 이제는 52시간으로 제한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철저한 단속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 제도는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단속은 6개월 유예) 인사팀들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업무혁신, 불필요한 업무 제거, 제대로 일하는 문화 만들기와 같은 구조적인 접근,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와 같은 제도적인 접근, 업무시간을 정확히 카운트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접근 등 다양한 대처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 같은 경우는 8시~10시 사이에 출근하고 8시간만 채워서 근무하면 되는 탄력근무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코어타임을 제외하고는 8시간만 열심히 근무하면 이제 언제든지 출근 및 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2시간의 여유란 게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더군요. 52시간 이상은 일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늦게까지 일 할 일도 없고 일도 더 집중해서 하게 되더군요. 물론 그 전에도 야근은 거의 안 했지만...


사실 일반사무직은 특정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 52시간 도입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일반사무직들 대부분은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에 야근을 하던 안 하던 받는 돈은 동일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 제도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 단위로 돈을 받는 현장직 같은 경우는 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근무시간 단축은 자연스럽게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어찌 되었던 이 변화는 직장인들의 삶에 대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HRD측면에서는 어떨까요. 사실 HRD측면에서는 엄청난 임팩트는 없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일부 교육업체에서 이 틈을 타서 업무효율화 관련 교육 콘텐츠를 어필하고 있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최근 주 52시간 도입과 관련해서 한 교수님이 글을 남기신 적이 있습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facebook.com/jeongkoo.yoon/posts/1960140327384799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 40/52시간 근로가 제도화되면 HRD업은 사형선고를 받는다. 교육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교육시간을 줄이려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HRD담당자의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업무와 학습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제시하신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나, 사실 기업에서 실무를 하고 입는 입장에서는 다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주52시간이 도입된다고 해서 교육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근무시간이 단축된다고 해서 교육을 없애란 압박을 받을 정도로 HRD가 기업에서 무시당하는 위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말에만 교육을 해야 하는 업종이라면 약간 영향은 있을 수 있겠지만요.


그래서 최근에 주52시간 도입과 관련해서 나오고 있는 이슈들을 정리해보고, 그에 맞는 대응법을 5개 정도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교육시간의 효율적 활용과 직무교육 확대


 - 당연한 이야기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교육시간도 이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먼저 교육제도에 대한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무이수제도가 있는 경우 연간 필수교육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사실 대부분 시간보다 학점제로 운영되어 큰 변화는 없을 듯) 이후 교육과목에 대한 검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중요도가 떨어지는 교육은 폐지되거나 횟수가 줄어들 것입니다. 교육시간에 대한 검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기존보다 타이트한 시간에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요구를 받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교육 방법론도 같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항상 전통적으로 교육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교육의 우선순위는 직무교육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시간이 없어도 일은 해야 되기 때문에 꼭 필수적으로 시켜야 되는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사교육, 리더십교육은 다소 줄어들고 직무교육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야간교육 축소


 - 대부분 합숙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은 야간교육이 어느 정도 포함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겁니다. 고용보험시간 확보, 합숙교육이니 밤에 놀게 하면 안 된다 등등... 이제는 야간교육을 하게 되면 주52시간이 금방 넘어가버리기 때문에 야간교육을 시키기가 어려워집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만 해도 내년부터는 야간교육 대부분을 없앨 예정입니다.


특히 치명적인 부분은 신입사원교육일 것입니다. 당장 7월부터 신입사원교육을 실시하는 분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신입교육은 특성상 2주 이상의 기간 동안 합숙을 하며, 야간에 과제까지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52시간이 도입되면 주말 8시간, 평일 야간 4시간만 추가하면 근무시간 총량이 넘어버립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말의 경우 토요일만 수업하고 일요일은 집에 보내거나 개인정비 시간으로 줄 것 같습니다. 야간교육도 줄어들겠죠. 특히 야간과제 같은 경우도 줄어들 것입니다. 예전에는 자발적이라는 이유로 과제를 하다가 새벽까지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았으나, 과제를 주는 것 자체가 회사의 명령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으로 주어야 할 것입니다. 요즘 신입들 무섭습니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티비에 나올 수도...



    3. 업무효율화 교육?


 - 최근에 많은 업체들이 업무효율화 교육 콘텐츠를 밀고 있습니다. 근무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제대로 일해야 하며, 이러한 방법을 교육을 통해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교육에서는 마인드셋, 업무방법론, tool활용법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업의 일하는 문화가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기 때문에 이에 맞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alignment를 위한 좋은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반드시 자신의 회사만의 일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정립한 이후에 그 내용을 반영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의 내용이 겉도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페이지 보고서를 도입하려는 회사에서 보고서 교육에서 ppt꾸미는 법을 가르치고 있으면 안 되겠죠.



    4. 조직문화의 중요성


 - 위에 업무효율화교육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겠지만, 회사들은 이제 업무에 집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먼저 기존의 핵심가치가 재검토될 수도 있습니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을 회사의 중요한 가치로 볼 수 있으니까요. 이미 스타트업 같은 곳들은 이를 반영하고 있는 곳들도 꽤 있습니다. 이후 이를 구성원들에게 전파 및 내재화하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과 같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기보다는 이러한 활동들이 훨씬 효과가 높을 것입니다. 큰 회사보다는 작은 회사가 변화에 좀 더 민감하고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조직문화를 HRD만을 통해서 변화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직의 전략, 구조, 시스템, 의사결정권자의 실행 의지가 결합하여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보면 조직문화 형성에 HRD가 기여하는 부분은 굉장히 작아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5. 이러닝과 모바일러닝?


- 온라인교육도 회사에서 지정한 교육은 근무시간에 포함이 됩니다. 대부분의 법정의무교육과 회사에서 필수로 지정한 교육이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근무시간에 듣는 것을 허용해야 합니다. 자기계발용 이러닝과 모바일러닝은 개인이 알아서 하는 학습이기 때문에 근무시간 외에 수강하여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퇴근 후에 집에 가서 온라인교육을 의무이수하게 한다던지 하는 행동은 회사에서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한창 이슈였던 플립러닝과 같은 방법론도 이러한 이유로 기업에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사전학습을 하고 본 과정에서는 토론 위주의 교육을 한다고 할 때, 온라인 사전학습도 어찌 되었던 근무시간에 학습을 할 수 있게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의도한 것은 온라인 사전학습은 집에서 혼자 듣고 스스로 공부하라는 것이었겠지만, 이 역시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슈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자발적인 학습자라면 알아서 공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따라서 근무시간에 온라인 교육 듣게 할 바에는 다 모였을 때 잠깐 교육시키는 것이 효과가 더 높겠죠. 성인교육에서 온라인교육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어떠한 방법이던 알아서 공부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학습 민첩성이 최근에 괜히 뜨는 것이 아니겠죠.



이 외에도 다양한 이슈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정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좋은 제도인만큼, HRD에서도 이에 발맞춰 잘 대응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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