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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리카겔 Jun 27. 2018

5. 70/20/10 모델에 대해

 - 70/20/10 모델의 진정한 의미

Q) 최근 70/20/10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형화된 교육은 이제 없어지는걸까요? 이를 위해 HRD 담당자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되는 걸까요?


어느새부터 외부 교육, 학회, 심지어 업체 제안서를 받아도 70/20/10 모델에 대한 이야기는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학습의 70프로는 업무 경험을 통해서, 20프로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10프로는 교육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개념입니다. 형식적인 교육보다는 무형식학습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사실 무형식학습이란 개념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무형식 성인교육이라는 개념은 이미 성인교육학의 시초인 Knowles가 1950년대에 언급하였습니다. 함현정은 기존의 선행연구들을 종합하여 무형식학습을 "‘일터에서 학습자주도로 일어나는 경험에 대한 성찰적 상호작용 과정으로 비계획적인 학습준비과정을 통해 비의도적 으로 업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습득하고, 조직적응과 개인성장 및 역량개발을 위한 비구조적인 업무관련 경험적 실천 활동 학습"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형식적이지 않은 학습활동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크게 아래와 같이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무형식학습은 말 그대로 형식이 없어, 구조적이지 않기 때문에 학습자에게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HRD담당자에게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죠. 하지만 70/20/10 모델은 이러한 무형식학습도 구조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HRD담당자들이 관심을 보여야 된다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먼저 70/20/10 모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저같이 뭔가 삐딱한 사람들은 왠지 여기에 꼬투리를 잡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70/20/10 모델이 나오게 된 계기와 학문적 근거를 찾아보았습니다.



70/20/10 모델의 시작


시작은 리더십 교육으로 유명한 글로벌 교육기관인 CCL에서 시작한 연구결과부터입니다. 1996년 CCL은 임원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분석한 "The CAREER ARCHITECT® Development Planner"라는 저서에서 70/20/10 모델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Development generally begins with a realization of current or future need and the motivation to do something about it. This might come from feedback, a mistake, watching other people’s reactions, failing at or not being up to a task—in other words, from experience. The odds are that development will be about 70% from on-the-job experiences and working on tasks and problems, about 20% from feedback or working around good and bad examples of the need, and 10% from courses and reading."

 

이들은 전 세계의 임원 약 200명을 인터뷰하였고, 그 연구 결과를 통해 70-20-10이라는 모델을 만듭니다. 이 저서에는 70-20-10의 개념에 따라 임원에게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는 방법도 업무-관계-교육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에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1. 임원을 대상으로만 실시한 모델이다.

        - 이 모델은 전 세계 임원들을 대상으로만 실시한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원은 누구보다도 성공경험이 많을 테니까요.


    2. 도출 근거가 애매하다.

        - 비율을 도출하기 위해 임원들에게 했던 질문은 "자신을 성장시킨 핵심적인 사건은 무엇이었습니까"였습니다. 이러한 단순한 질문을 통해 실제 성공요인을 도출한다는 것은 근거가 다소 부족합니다. 심지어 70-20-10의 정확한 비율도 아닙니다. 도전적인 경험은 55.8%, 타인을 통한 경험은 18%, 교육과정은 6.2%였으나 개인이 통제하기 힘든 "역경"과 "개인사"를 제외하고 비율을 조정하여 얼추 70-20-10으로 맞추게 되었습니다.


    3. 기간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못하였다.

        - 임원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습니다. 이 분들이 과거에 짧게 교육을 받았던 것을 기억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교육을 응답한 사람의 대부분은 학위 파견이나 장기 리더십 교육을 꼽았다고 합니다.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만큼 기억에 남을 수 있었겠죠.


    4. 경험과 교육의 시너지를 고려하지 못하였다.

        - 경험과 교육이란 것이 칼로 무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 받았던 교육과 경험이 조화되어서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점을 해당 연구에서는 고려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중요도는 더욱 낮게 나오게 되었겠죠.


실제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도 자신들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70/20/10 모델을 믿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70/20/10의 근원에 대한 참고자료는 아래 링크를 통해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http://homocompetens.blogspot.com/2012/02/ccl-origins-of-702010.html



70/20/10 모델의 진정한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70/20/10 모델이 뜨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70/20/10 모델은 정확한 연구결과라기보다는 무형식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개념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단순한 교육프로그램으로는 성과향상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히 맞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HRD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듭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제가 무형식학습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실천 방안이 모호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천을 해도 담당자 입장에서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8년 ATD에서 무형식 학습을 실천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13가지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Buddy-up -Informal coaching-mentoring

    2. On demand videos and articles

    3. Self Started CoP’s

    4. On Demand Job-Aids

    5. Social Sharing

    6. Games

    7. Formal FUN days for informal learning

    8. Experimentation: Opportunities to fail/succeed

    9. Generate Curiosity through on the job experience

    10. Observation, pattern recognition

    11. Job Rotations

    12. Self-Reflection


사실 멘토링/동영상 제공/CoP와 같은 프로그램은 이미 기업에서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내용들은 개념은 대충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공경험? 셀프 리플렉션? 관찰? 이런 것들을 조직 내에서 과연 공식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도 HRD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HRD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런 활동들은 대부분 티가 잘 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무형식학습인데 티가 나면 더 이상하겠죠. 티를 내는 순간 이는 무형식학습이 아닌 형식학습이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티가 나지 않는다고 일을 하지 않을 거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담당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한 일을 알리고 어필하고 싶을 겁니다. HRD담당자라면 역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제공해야 자신의 성과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론만 가지고는 살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70/20/10의 의미를 다른 차원에서 보고 있습니다. 70의 업무 경험과 20의 타인과의 경험과 결합하여 진정한 성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10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항상 교육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 때도 기존의 업무경험을 녹여내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여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민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더 현실에는 맞지 않을까요.


최초로 70/20/10을 주장한 CCL의 저서 "The CAREER ARCHITECT® Development Planner"에는 임원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 타인에게 피드백을 통한 방법, 일터에서 배우는 방법, 교육을 통해서 배우는 방법 등을 구분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형화된 교육 외에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HRD가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은 자기주도학습, 코칭과 같은 솔루션 제공일 것입니다. 이는 70/20/10에서 주장하는 10에 해당되는 방안입니다. 10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여러분!


그렇지만 앞으로 70/20/10 모델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 같습니다. 트렌드라는 것이 물살을 한 번 타면 다양한 연구로 이어지고 구체적인 실천방안까지 나오게 되더라구요. 앞으로 이 모델이 어떻게 발전하고, 실제 현업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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