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내강사제도를 위한 전반적인 제언
Q) 최근 사내강사 활용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사내강사제도는 사실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최근에 사내강사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효율성에 대한 이슈입니다. 기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HRD도 효율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육비죠. 사외강사비는 보통 시간당 30만원 정도 측정되지만, 내부 강사를 활용한다면 이의 1/10 가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죠. 두 번째는 효과성에 대한 이슈입니다. 막상 외부강사를 활용해 보니, 기본적인 이론에는 빠삭해도 회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내 강사들은 기본적인 이론이나 화려한 발표 스킬은 부족해도 회사의 전문지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감 있는 교육을 위해서 사내강사를 활용하게 되는 거죠. 구글의 경우도 리더십교육이나 최신 기술세미나와 같은 내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무교육을 G2G라고 불리는 사내강사제도를 통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최근 외부강사들도 많이 위협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대신에 사내강사 양성과정에 대한 수요는 많이 늘고 있죠. 그런데 사내강사 양성과정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실제 제도 구축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더군요. 한국인사관리협회에서 실시하는 사례발표가 거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흡하지만, 사내강사제도 구축을 위한 절차와 세부 운영 Tip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제도적 접근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사내강사제도를 우리 회사에 맞게 운영할 방법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구조화입니다. 회사의 사정에 맞게 구조화를 강하게 가져갈 수도 있고 약하게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1) 구조화 수준 上
- 일반적으로 공기업이나 안정적인 제조업에서 많이 실시하는 방법입니다. 구조화 수준이 높은 경우 선발부터 운영까지 모든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강사를 선발하기 위해 근속연수/자격증/외부교육 수강/인사고과 등을 포인트로 환산하여 일정 수준을 넘어야지만 강사로 선발을 한다던지, 강사 선발을 위해 면접을 본다던지, 강사에 대한 등급을 부여한다던지, 강사에 대한 임명/자격 상실에 대한 공식적인 행사를 실시한다던지와 같은 방법이 있겠습니다. 이러한 조직들은 내부에 전임강사를 보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 구조화 수준 中
- 대부분의 회사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제도는 있으나, 다소 느슨하게 운영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강사를 선발하기 위한 기준은 근속연수/3개년 고과/품행이 단정한 자 정도로 규정한다던지, 강사에 대한 별도의 등급은 가져가지 않는다던지, 강사에 대한 평가도 몇 번의 강의평가를 통한 만족도로 인아웃을 결정한다던지와 같은 방법이 있겠습니다. 현실적으로 업무 때문에 바쁜 사내강사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제도는 어느 정도 갖추지만 반드시 지켜서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3) 구조화 수준 下
- IT기업이나 스타트업 조직과 같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거나 지식을 공유하기 좋아하는 R&D 인력이 많은 경우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제도는 선발기준/시간당 강사비 정도만 규정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세미나 식으로 자유롭게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제도만 있어도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지식을 공유하려 하기 때문이죠.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최근 많이 발표를 하고 있는 SK플래닛이 있겠습니다. 그림은 굉장히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일반사무직이나 제조현장 같은 경우는 이렇게 느슨하게 운영하면 아무도 활용을 하지 않을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서 운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도의 방향에 대한 결정을 했으면, 사내강사의 역할과 활용방안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사내강사의 대표적인 역할과 활용방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교육과정 개발
2) 강의
3) 현장코칭
4) 직무전문가 활동 (Ex. 회의체 운영, 채용 등)
보통 1/2번까지는 거의 고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3번부터는 별도로 고려를 해야 합니다. 보통 3번은 CS조직에 많이 활용합니다. 현장 서비스에 대한 개선 포인트를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서 알려주는 것이죠. 4번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기술조직에 많이 활용합니다. 사내강사는 보통 내용전문가이기 때문에, 기술협의체나 신입/경력사원 채용에도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으로 교육 내용에 대한 구분으로 활용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 내용에 대한 활용방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직무전문교육
2) 직무공통교육
3) 리더십교육
4) 핵심가치/조직문화 교육
보통 1번은 고정입니다. 사내강사를 활용하는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죠. 2번부터는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2~3번은 대부분 사외강사들이 내용전문성과 강의 경험이 풍부하겠지만, 자사만의 독특한 전문성을 반영해보고 싶다면 2~3번도 충분히 시도는 가능합니다. 2번 같은 경우 대표적인 콘텐츠는 기획력/커뮤니케이션/협상 등입니다. 이런 경우 강사는 기획력 같은 경우 기획부서에서, 커뮤니케이션 같은 경우 노무부서에서, 협상 같은 경우 영업부서에서 선발하여 육성시킬 수 있겠죠. 아니면 HRD부서에서 직접 스킬을 배워 강의할 수도 있습니다. 3번같은 경우 교육대상의 직급이 높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최소 팀장 이상은 되어야 강의를 해도 먹힙니다. HR부서의 임원들이 실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2~3번을 사내강사를 활용하는 경우, 강사의 역량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교육생들이 받아들이는 식상함이나 곱지 않을 수 있는 시선까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맨날 보는 사람이 직무전문교육도 아닌 공통교육이나 리더십교육을 하면 교육 대상들이 식상해 할 수도 있으며, "니 까짓 게 뭔데 나를 가르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적절하게 사외강사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4번같은 경우는 사내강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외강사가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면 그만큼 와 닿는 게 덜하겠죠. HRD부서에서도 물론 할 수 있지만, 전사교육의 경우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직원들을 선발하여 매뉴얼을 만들고 이들을 전문 강사로 양성하여 회사의 핵심가치/조직문화를 전파한다면 HRD부서의 부담도 덜면서 효과는 더욱 높일 수 있겠죠.
구조화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준 정도를 고려합니다.
1) 근속연수 및 해당직무 수행기간 -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불리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은 필요합니다.
2) 인사고과 - 평균 정도의 인사고과는 받는 사람이어야 어느 정도 업무 수준을 갖추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교육생들도 그 정도는 되어야 강사의 수준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습니다.
3) 회사에 대한 로열티 - 조직에 대해 적어도 부정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내강사의 교육 장면에서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4) 교육에 대한 열의 - 아무리 지식이 뛰어나도 남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으면 강사로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구글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시키기보다는 자발적으로 남을 가르치고 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내강사는 회사에서 관리하는 핵심인재나 팀장 후보군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남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며, 자신이 조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잘 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업무 때문에 바빠서 과정개발 및 강의에 시간을 빼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과정개발의 경우 본인의 업무와 병행해야 하므로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에 걸맞은 보상을 제공하고(5번에서 다룸), 과정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과정개발을 하기 위해 약 5일 정도 현업에서 벗어나서 연수원에 감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사 선발은 꼭 한 과정당 2명은 선정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사내강사들은 현업 일정때문에 언제 강의를 펑크낼 지 모릅니다. 항시 버퍼인원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사내강사 선발은 HRD부서에서 직접 대상을 선발하는 경우도 있고, 사내 공고 등을 통해 모집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죠. 초반에는 어느정도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대상을 선발하는 것이 좋으며, 어느 정도 정착되었을 때 모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내강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사실 외부강사에게 필요한 역량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14년 "국내 대기업 사내강사의 역량 및 교육 요구 분석"이란 논문은 사내강사에게 필요한 역량을 강사 Ship, 내용 전문성, 정보수집 및 분석, 내용 구조화, 교수설계 및 개발, 퍼실리테이션, 콘텐츠 전달, 평가 및 성찰, 과정 마케팅의 9개로 도출하였습니다. 이는 HRD담당자가 보통 배우게 되는 과정개발 실무 + 발표 스킬에 사내강사에 대한 Mindset만 추가하면 필요한 교육과정은 거의 완성됩니다.
필요에 따라 기본/심화과정을 구분하는 경우도 많으며, 가장 핵심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은 보통 강의 스킬입니다. 대부분 사내강사들은 내용전문가이기 때문에 강의 스킬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PT스킬교육을 살짝만 바꾸면 사내강사 양성과정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강의 스킬은 교육 효과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강의에 투입하기 전 반드시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외에도 강사들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외부교육, 특강, 세미나 등을 실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내강사는 내용전문가이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자기계발비나 도서구입비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내 강의의 품질관리를 위해 평가는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바쁜 시간을 내서 강의를 하기 때문에, 사내강사에 대한 보상도 필수적입니다. 이 역시 구조화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습니다.
1) 강사평가에 따른 In & Out - 대부분 강의 만족도 및 강의 횟수를 주요 지표로 삼습니다. 일정 기회를 주어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강사를 교체하게 됩니다. 간혹 특정 직무는 사내강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1명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좋으나 싫으나 계속 써야겠죠.
2) 사내강사비 - 보통 시간당 2만원에서 5만원까지 지급합니다. 강사의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정인이 강의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의료 상한선을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3) 과정개발비 - 신규과정 개발 시 교안 page 당 금액을 측정하여 지급합니다. 과정개발비는 지급하지 않는 회사도 꽤 많습니다.
4) 감사선물 및 행사 - 연말에 사내강사들에게 답례품을 지급하거나 행사에 초대해서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우수 강사에게는 별도의 시상품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해외여행 및 연수를 보내주는 것도 좋은 선물입니다.
5) 임명장 - 대표이사가 임명장을 주는 행위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6) 사내시스템 등재 - 회사에서 기록에 남기는 행위를 한다는 것으로도 역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7) KPI반영 - 성과평가에 과정개발/강의를 포함한다면 업무에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8) 승진에 반영 - 승진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활용하기는 쉽지 않으나, 적어도 인사에 사내강사 정보를 주는 행위로 만도 승진에 참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 사내홍보 - 사보나 사내시스템을 통해 사내강사활동을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상 사내강사제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외부 사례들을 보아도 대부분 이 카테고리 안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앞으로 운영하실 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명심해야 될 3가지만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1) 회사 상황에 맞게 제도를 만들 것
- 타 회사에 좋아 보이는 사례가 있어도 자신의 회사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고 싶어 구조화가 낮은 수준의 제도를 만들었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조직이라면 퇴근하고 집에 빨리 가고 싶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나서서 강의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HRD에는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주세요.
2) 우수한 사내강사를 선발할 것
- 사내강사제도의 핵심 of 핵심입니다. 사실 우수한 강사 하나만 잘 뽑으면 제도는 대충 만들어도 잘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꼭 강의에 열의를 보이는 친구를 선정하시기 바랍니다. 업무성과가 아무리 높은 친구라도 강의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은 사람은 선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현업에 보면 강의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친구들이 간혹 있습니다. 이런 친구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친구들은 보통 강의를 좀 하다가 HRD부서로 넘어오는 경우도 많더군요.
이런 좋은 강사들을 찾아내기 위해 평소에 타 부서사람들과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도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HRD담당자의 인맥빨로 강사를 선정해야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3) HRD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실천할 것
- 제도란 게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서 잘 운영되지만, 나중에는 티도 잘 안 나고 귀찮아서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시기 바랍니다. 흥미가 떨어진다면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사내강사 양성과정 같은 교육을 본인이 직접 강의를 해 볼 수도 있겠죠. 모든 것은 하기 나름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