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갈라쇼 감상 후기(BIMF2025)

10년만에 빔프 나들이

by 마술하다 야초

[공연 후기] 10년 만에 찾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BIMF), 아쉬움이 가득했던 갈라쇼


안녕하세요, 마술하는 야초입니다.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BIMF) 폐막 갈라쇼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거의 10년 만의 방문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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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쉬움이 무척 큰 경험이었습니다. 애정을 담은 날카로운 비판이 더 큰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기에, 솔직한 후기를 남겨봅니다.


본 공연에 앞서, '축제'라는 이름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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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열리는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 로비에 들어선 순간부터 실망감이 밀려왔습니다. 몇 개의 딜러 부스가 있었지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규모가 작고 볼거리도 없었습니다.


예전 BIMF에는 각 딜러 부스에서 자신들의 마술 도구를 활용해 간단한 마술쇼를 보여주는 '딜러쇼' 코너가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심심할 틈 없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이벤트였죠. 하지만 몇 년 만에 찾은 행사장은 텅 비어 있었고, 관객들은 그저 서성일 뿐이었습니다.



정체성의 혼란: 마술인과 일반 대중,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BIMF는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일까요?

렉처나 딜러 부스를 보면 마술 애호가를 위한 행사 같지만, 갈라쇼 구성은 일반 대중을 겨냥한 듯 보입니다. 이 어정쩡한 정체성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일반 관객 입장에서 본다면,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전문적이지만 뭔지 모를 마술 도구를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1천 원대의 저렴한 도구부터 수십만 원대의 전문 도구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지 않아, 마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차라리 마술인들만을 위한 소규모 컨벤션으로 방향을 잡거나, 일반 대중을 위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대폭 늘리는 등 확실한 노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갈라쇼, 기대와 실망의 공존


아내와 함께 객석에 앉았습니다.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의 관람 환경은 편안한 의자, 넓은 간격, 좋은 시야 등 꽤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공연 시작과 함께 흘러나온 BIMF의 주제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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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웠습니다. 조악한 폰트로 가사를 띄운 영상은 물론,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들은 화질이 깨져 눈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아이러브 매직, 아이러브 빔프' 같은 가사는 듣고 있기 민망했습니다. 10~20년전에도 들었던 이 노래가 아직도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연의 첫인상을 구겼습니다.



공연의 절반을 채운 MC, 이대로 괜찮은가?


이번 갈라쇼의 MC는 김유정국 마술사였습니다. 90분의 공연 시간 중 거의 절반을 그의 입담과 막간 마술로 채웠습니다. 능숙한 진행 실력은 인정하지만, 옛날 스타일의 진행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문제는, 7만 원짜리 티켓을 구매한 관객이 본 공연보다 MC의 말 개그를 더 많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연 3~4인 가족이 20~30만 원을 내고 올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자신있게 네 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과거 영국 블랙풀 매직 컨벤션에서 본 MC는 다음 공연자를 소개하기 전, 그와 관련된 키워드로 짧은 마술이나 멘트를 선보이며 뒤에 나오는 마술사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매일 MC가 달랐는데 어떤 분은 한 마술사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매번 의상을 갈아입고 나오며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했죠.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보다 공연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절실해 보였습니다.



마술사들의 무대,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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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안 마술사 오컬트 콘셉트의 마술은 분위기, 테크닉, 쇼맨십 모두 훌륭했습니다. 예전에 봤을 때도 좋았지만, 지금 봐도 여전히 재미있는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이영주 퍼포머 저글링과 마술을 접목해 쾌활하고 밝은 에너지를 선사했습니다. 작은 실수는 있었지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훈 마술사 '타임 트래블러'를 소재로 한 카드 매니퓰레이션은 여전히 신선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더욱 노련하고 여유로워진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다만, 무대가 커서 스크린 없이는 카드가 잘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쉬웠습니다. 1층 8열에서도 멀게 느껴졌으니, 2층 관객은 감상이 더 어려웠을 겁니다.


프란체스코 폰타넬리 (이탈리아) 단연코 이날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카드 마술의 루틴 자체가 새롭진 않았지만,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연출을 해냈습니다. 의심할 틈조차 주지 않는 그의 기술에 관객들은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관객의 사인 카드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미네무라 겐지 (일본) 20년 만에 다시 본 그의 웨이터 액트는 여전히 훌륭했습니다. 특유의 표정과 몸짓은 나이가 들어서도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그의 무대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상순 마술사 가장 아쉬웠던 무대입니다. 공연 전, <아메리칸 갓 탤런트> 출연 영상을 길게 보여준 것이 오히려 독이었습니다. 신발 색이 바뀔 것이라는 걸 미리 알려준 셈이 되어버렸죠. 무엇보다, 마술은 신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몸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넣는 동작에서 여러 번 어색하고 티가 많이 났습니다. 시각적으로 뛰어난 효과가 있었음에도, 어설픈 동작들이 모든 장점을 깎아 먹었습니다.



총평: 소재만 다를 뿐, 비슷한 마술의 향연


공연이 끝난 후 아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결국 소재만 달라지고 현상은 다 똑같더라."


정확한 지적이었습니다. 누구는 카드를, 누구는 물컵을, 누구는 휴지를 공중부양 시켰습니다. 지팡이, 카드, 포크가 계속해서 여러 개로 늘어났습니다. 사라지고, 나타나고, 늘어나고, 색깔이 바뀌는 시각적 효과에만 치중하다 보니 모든 공연이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과 달리, 비용 문제 때문인지 일루전 마술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김유정국 마술사의 원맨쇼로 시간을 채우기보다, 실력 있는 다른 마술사들을 더 많이 무대에 세워 클로즈업, 팔러 등 다양한 형태의 마술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애정 어린 비판, 더 나은 BIMF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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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만 하는 것은 쉽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찬양은 더 큰 독이 될 뿐입니다.

과거 BIMF의 황금기에는 초창기부터 매년 프로그램을 보지도 않고 통합권을 구매했습니다. 마술 애호가로서 그 축제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프로그램은 부실해지고, 행사장에서 시간을 보내기조차 어색해졌습니다.


마술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구나 찾아와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진짜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갈라쇼에 대한 아쉬움이 큰 만큼, 다음 BIMF는 초창기의 과감한 시도와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 채워지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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