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배출과 요청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법_징징노트의 시작
지난 저녁 수영강습에 빠지고 친구와 술을 마셨다. 친구의 따뜻한 위로와 술로 잠시 잊고 싶었다. 생존은 불안하고, 일은 고됐고, 미움받을 용기는 없었다.
다음날 체중계 위에 올라갔더니 역시나 1킬로가 늘어있다. 실망스럽다. 빠지라고 죽어라 노력할 땐 미동도 안 하고, 한번 방심했다고 바로 올라가는 이 비정한 체중계.
수영장 동생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로 이 얘기를 꺼내는데 동생이 말하는 거다.
"'어후 이 언니 또 살쪘다고 찡얼거리겠지'라고 안 그래도 미진 씨에게 말했는데... 호호호호"
아뿔싸. 내가 수영 동무들에게 상습적으로 징징거렸구나. 상대방이 이런 나를 인지하는구나. 또 스스로를 깎아먹었구나.
회사에서의 감정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곧 개인적인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회사 얘기를 꺼내고, 에피소드 같은 조금은 들어줄만한 스토리텔링이 되지 못하고 감정만 흘러나왔다. 누군가에게 자꾸만 위로받고 싶어 졌고, 직장 생활은 바뀌지 않고 이대로 계속 흘러갈 것이란 사실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절망감은 그대로 남았다.
무의식적으로 징징거림을 반복하는 것을 멈추고 싶었다. 어차피 그런다고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이러다 친구만 사라지겠다.
내가 지금 이 얘길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감인가 해결인가. 대부분의 경우 내가 원하는 것은 해결이다. 해결이 안 되면 인정이라도 받고 싶다.
감정이 사실을 덮지 않도록, 구조적 언어로 바꾸면 제어력이 생긴다고 한다.
진짜 너무 힘드네 대신 오늘 일정이 너무 많아서 피로하네, 집중력 향상을 위해선 조율이 필요해 식으로 말하는 거다.
딱히 대상도 없는 원망을 지속하기보다 주도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왜 아무도 날 안 도와줘가 아니라 이 부분은 같이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다음엔 내가 먼저 기준을 세워야겠다 정도가 좋겠다. 불평자에서 해결자로 바로 위치가 바뀐다.
오늘부터 차곡차곡 불만을 기록으로 다루어보려고 한다.
징징노트에 감정을 배출하고, 패턴을 파악한 후, 이후 사람들에겐 정제된 버전으로 말하는 연습으로 지적인 거리 두기를 해보겠다.
일단 오늘 수영장에서부터 조금 느리게, 목소리 낮추고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하면서 말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