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지 빼도 못하겠던데요
먹고 사는 건 남 대신 하는 거더라.
남 대신 숱한 글을 쓰고
남 대신 쪽 팔고
남 대신 쌍욕 먹고
예뻐지는 공장에 오니
남의 얼굴 보고 남의 몸 보고
이렇게 저렇게
남 대신 견적도 내었다
남 대신 수술실도 따라다닌다
남 대신 살도 빼란다
남이 못 빼면
너라도 빼란다
서러워 서러워
눈물도 빼고 살도 빼고
가죽이 어디에 가 붙었니
선배 얼굴 홀쭉하니
그녀 얼굴 한번
내 얼굴 한번
우리는 마주 보지 못해
눈물 빠지고 살 빠질라
포동포동 살 오르는 새색시 후배
저녁 찬으로 무얼 먹을까
다정한 저녁 상에 못생긴 공장 얘기 올렸나
닮은 아기 나올라
슬픈 것은 니 예쁜 얼굴
터지지 않는 실리콘 주머니
투명 바늘이 빚은 매끈한 껍데기
네 살갗 한없이 매만졌을 그 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