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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타이 Jun 14. 2024

즉각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해보고 안되면 말씀 주세요

사는 게 재미없고,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나? 아니면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나?

즉각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방금 내가 직접 체험한 내용이니 꼭 해보고 안되면 말씀하시라.


이 글은 원래 징징거림으로 시작했다. 징징거림의 시작은 "브런치에 글 쓰기 힘들다"였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브런치에 글 쓰기 힘들다는 불평으로 시작하는 나는 이 시대의 '참징징이'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에 글쓰는 것보다 브런치에 글쓰는 게 더 힘들다. 네이버에 쓸 때는 글 좀 못 쓰면 어때 싶은 기분인데, 브런치에 글을 못쓰면 너무 다른 작가들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떤 때는 작가 등록되었으니 이제 막 써야지 싶다가도 자기 검열에 빠진다. 뭐 얼마나 많이 써놓고 하는 말이냐 싶지만, 생각보다 서랍에 쓰레기가 많이 쌓였다.


나름 생각을 해보겠다고 이유를 파헤쳐본다.


서랍 속 글들은 보통 아주 사소하더라도 꼭 있어야 할 나의 생각이 빠졌다. 발행된 글에 통찰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적절한 분량이 채워지지 않는다. 쓰다가 글이 후져서 그만 쓰게 된 글들이다. 후지게 되는 이유는 보통 생각이 빠져서다.


그다음으로는 왜 생각하기가 힘든지에 대해 또 고민한다. 생각의 흐름에 따라 그냥 두면 하루종일 고민할 기세다.

 

생각하기는 언제부터 이렇게 내 삶에 힘든 일이 되었을까? 회사에서 이런저런 일을 기획할 때는 생각하는 것이 나의 장기인 양 휘두르는데.. 왜 내 삶이나, 주변의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이렇게 어려워진 건가.


그다음으로는 자기가 얼마나 형편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토로한다.


아주 기본적인 내 기분, 내 심리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뭘 하면 좋은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를 때가 허다하다. 혓바닥만 발전하는 기분이다. 뭘 먹고 싶은지는 기차게 알고 있으니까. 그야말로 꾸역꾸역 소화만 남은 삶 같은 느낌이 든다.


원래 글의 제목은 '만다라트체험기'였다. 어제 만다라트 해본 얘기를 쓰려고 브런치에 들어왔다. 유명한 야구선수 오타니가 만다라트를 통해 꿈에 집중했고, 차근차근 실행한 결과 꿈을 이루었다는 스토리텔링, 그 덕분에 굉장히 유명한 만다라트지만 늘 그러려니 했을 뿐 직접 해본 적은 없는데, 어제 만다라트를 하면서 스스로를 참 모르는구나 느꼈다. 모든 항목이 너무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목표도 겨우 썼다. 실행사항은 더 안 써지더라. 추상적인 것들, 실행사항인 척 써놓은 지향들, 예를 들면 '관계' 목표에 있는 '회사 사람들과 자연스럽고 편안한 대화하기'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나니 정말 실천사항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고, 못 하는 것은 '밤 10시 이후 휴대전화 사용금지'와 '글쓰기'밖에 없더라.


다들 아시죠? 글 쓰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도파민 중독이 휴대전화로 밤에 숏츠 안 보는 것도 그만치나 힘들답니다..


그런데 만다라트의 가장 중심에 써놓은 나의 대목표가 뭐였냐면..."행복한 삶"이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좋은 관계, 건강, 돈, 의미... 어쩌고 저쩌고를 써놨는데...


행복에 대한 정의라는게 너무나 주관적인데..내가 왜 행복을 추상적으로 말하고 있나.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하듯, 우리가 서사가 갖추어진 글을 못 쓰지, 언제 행복한지 주절주절 메모도 못할까 싶은 마음으로 행복한 순간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매일의 독서, 응급 수혈 같은 동생 내외와 술자리 대화, 간헐적으로 사는 얘기 들려주는 친구들 카톡, 따박따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 돈 내고 영어로 하는 화상 외국인 선생님과의 대화(더없이 친절하고 편견 없는 대화... 캠블리 만세다), 가끔 하는 이불킥...(지나고 나면 거의 대부분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남아주어 감사하다..) , 수영장의 귀여운 아줌마들, 요가하며 바가지로 흘리는 땀, 자주는 못 가지만 물멍 제대로 때리는 스쿠버다이빙, 브런치에 글 발행하기(ㅋ), 타인의 장점 발견하기, 새로운 풍경을 보게 해주는 여행....


아무리 불행한 자라도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미소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내가 지금 행복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건가. 아닌데.. 나 방금까지만 해도 불행한 것 같았는데..


오늘도 나는 대책 없이 통찰 없는 글을 끄적인다. 혹시 우울하다 싶으면, 불행하다 싶으면 한번 해보고 말씀주시라. 효과 없으면 다른 거 찾아보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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