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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Nov 23. 2017

어린 자녀의 학습전략,
영어 vs 수학 vs 국어?

개인적으로 영어 vs 수학 vs 국어 중에서는 영어를 가장 나중으로 두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영어를 안 해도 된다가 절대로 아니라 영어를 위해 수학, 국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 보자면 영어는 80~90년대 학창 시절을 겪었던 학부모들이 과거 영어 공부하던 수준만큼 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감히 점쳐봅니다. 80~90년대 학생이었던 우리들은 지금과 같지 않은 영어 교육 환경 속에서도 원어민 영어 실력 갖출 사람은 알아서 갖추었지요. 초등학교 때 영어공부가 필요 없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영유부터 시작하여 일주일에 세 번 노란 버스 타고 다니면서, 매일 영어 숙제하고, 단어 외워가며 고학년이 될 때쯤에는 원어민이 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혹시라도 체력 방전으로 그 사이에 놓치는 수학, 그리고 국어의 기초가 너무너무 아쉽기 때문입니다. 영어에 대한 강박증은 좀 내려놔도 된다는 말씀입니다. 


영어 당연히 초3부터는 시작해야 합니다. 천천히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잘 진행시키면 됩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초3, 즉 만 9세에 외국어 학습을 권하고 있습니다. 단단한 모국어를 바탕으로 해야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는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무슨 영어를 6학년 전까지 미국 현지 아이들 레벨보다 몇 단계 높아야 영어를 "끝냈다" 고 여기며 시간, 돈 들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가끔 어떤 분들께서 글로벌 시대니까 취업 이후의 아이의 인생을 생각하면 결국 영어가 가장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걸 들을 때면, ‘혹시 초저학년부터 투자하신 영어에 대한 투자가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하는 마음, 저도 공감합니다. 5~6세부터 영어에 투자한 돈과 시간, 그만큼의 아웃풋이 3~4학년쯤에 확인되지 못할 때 밀려드는 불안감, 허무함. 영어 수준의 평균치가 전체적으로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조금만 못해도 상대적 불안감이 매우 높지요. 내 아이만 너무 처지는 것은 아닐까 모두들 불안해합니다. 


문제는 해당 분야의 희소가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대한민국을 떠나 살기 위해서라면 모르겠으나, 이 땅에 사는 대부분은 결국 이 땅에서 살아가겠지요. 이 땅에서 잘 살기 위한 경쟁력이 영어였던 시대, 즉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더 대접받는 시대는 조금 지나가지 않았나 하는 느낌입니다. 영어 능력자에 대한 사회적 욕구는 80~90년대에 매우 컸고 IMF 시절에 그 정점을 찍었죠. 바로 우리 학부모 세대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뭔가 더 기회가 많아 보였고, 그래서 그만큼 해내지 못한 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2017년 오늘,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희소가치나 기대치는 오히려 높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 조기유학이나 미국서 대학 졸업한 이들이 미국 현지서 직업을 잡지 않은 이상, 한국에 와서도 기대만큼 큰 환영받지는 못합니다. 이것은 팩트입니다. 그러하니 앞날을 위해서 하는 영어가 중요하다면, 그것은 앞날에 그 아이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이지, 모든 아이들의 앞날을 위해 초6 이전에 영어를 마스터할 요량으로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와서, 우리 아이들 앞에 당장 닥친 문제는 입시에서의 변별력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입 입시에서의 가장 큰 변수는 결국 수학입니다. 수학이란 태생적으로 “타고난 머리를 가진 아이들”이 존재하는 한,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결과물은 아니거든요. 하향평준화 방향으로 가려는 듯한 교육부에서 앞으로 수학도 절대평가 전환을 고려한다는 말들도 들립니다. 수학마저 절대평가 도입했다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자체가 암울해질까 염려됩니다. 여튼, 한동안도 수학은 입시전쟁에서의 필살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학이야 과거나 지금이나 시험에서 그런 역할이었다 치고, 정작 우리가 관심을 더 가져야 하는 영역은 국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국어가 매우 중요해진다는 추측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요즘 돌아가는 입시 현실을 가만히 살펴보면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대입을 치를 때는 각 대학마다 자체 변별력 강화를 위해서, 더 좋은 학생들을 뽑기 위해서 과거 ‘본고사’식의 구술면접이 강세가 될 것이라는 말들이 들립니다. 수능도 물수능, 내신도 불신이라면 직접 아이와 대화하면서 그 아이의 면면을 살펴보는, 이른바'대기업 취업 면접식’이란 말씀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말빨, 글빨, 이거 두 가지입니다.

 

말빨, 글빨도 타고나는 부분이기는 하나, 결코 하루아침의 노력으로는 쌓아둘 수 없습니다. 많은 양의 상식, 지식 위에 논리력, 추리력을 갖추어야 가능합니다. 논리력과 창의력이 중요해지는 것은 결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전 세계 각 국가들 모두의 고민일 겁니다. 


왜? 이제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가 AI를 제대로 관리, 지배하기 위해서 기계적인 것 이상의 창의력만이 인간의 인간성을 정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전 세계 서점가에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이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랍니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국가경쟁력을 위해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에 대한 모든 것들은 자국의 언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영어가, 프랑스에서는 불어가, 일본에서는 일어가, 우리나라에서는 국어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첨언)

소쉬르가 말했던 그 기표(記標, signifiant) vs 기의(記意, signifié), 점점 ‘기의’ 쪽이 파워가 세지고 있는 느낌이죠. "A cow says moo"를 초등 아이들더러 한국말로 바꿔보라 시키면, "소는 무-하고 말합니다(소리 냅니다. 웁니다)"라고 답합니다. "소는 음메~하고 울어요"라고 번역해야 언어적, 문화적으로 옳은 것이지요. 이 간단한 차이, 그 간극을 이해하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는 클 것입니다.



오늘 수능을 치른 모든 아이들 수고했습니다. 

오늘은 맘껏 즐겁기를!

https://youtu.be/y6Sxv-sUY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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