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내 직업을 소개할 때 '작가'라는 말 뒤에 '지망생'이 꼬리처럼 붙어있다.
도마뱀 마냥 하루라도 빨리 저 꼬리를 잘라내고 싶은데,
내가 도마뱀이 아니었던 건지 꼬리가 떨어져나가질 않는다.
사람이 실패가 길어지면 무서운 게,
스스로도 의기소침해지며 본인이 굉장히 무능력하다고 여기게 된다는 거다.
최근에만 해도 그랬다.
벌써 세 번째인가 네 번째 도전한 공모전에 불합격했다.
서럽게도 불합격은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불합격 통보도 그거 나름대로 마음이 아프다.
그래, 그냥 불합격이 서럽고 아픈 거다.
세 네 번 도전했다고 하니 무언가 횟수가 적어보이는데
한 공모전에만 그렇게 도전한 거고,
나머지 공모전까지 하면 그 횟수는 몇 배로 불어난다.
게다가 공모전은 일년에 한 번.
햇수로 세면 벌써 4년이 넘어가는 거다.
게다가 난 4년만 지망하지도 않았다.
정확한 기간을 적기도 민망하고 부끄러울 정도로 길다.
최근에 공모전 당선에 실패하고 나서,
이제는 정말 그만해야겠다는 각오가 들었다.
최종심에 오르지도 못하고 떨어지는게 벌써 몇 번째인가.
이정도면 능력이 없다. 내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여겼건만 이쯤되면 없는 거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이대로 늙어버리는 거다.
인생에 뭐 하나 제대로 이뤄내는 것 없이- 손에 아무 것도 쥔 것도 없는 채로 늙어서,
인생을 허비한 바보로 죽지 못해 살까봐.
그래 이번엔 정말로 관둬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뒤돌아서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니 병이다,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