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Jun 17. 2019

출간 작가가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작가로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

출간 작가


군인 시절 다짐을 하나 한 것이 있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책을 꾸준히 읽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하루에 한 페이지씩 글을 적자고. 그때 나는 공책에 한 페이지씩 글을 적곤 했는데 그게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니 어느덧 습관이 되더라. 주변 사람들에게 주제를 던져달라 얘기했고 소설, 에세이, 시든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글을 적었던 것 같다. 군대라는 환경만큼 글쓰기에 좋은 곳은 없다고 느끼기도 했으니 내게 딱 제격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에쿠니 가오리, 온다 리쿠, 히가시노 게이고, 모리사와 아키오 같은 일본 소설에 흠뻑 빠져있었는데 여태 읽지 못한 책들을 21개월 군 시절에 모조리 다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일본의 여류 소설을 좋아한다. 소박하고 일상적인 감성과 그 안에서 보통 사람들이 만드는 자그마한 회오리들이 너무 재밌었달까. 그래서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적기 시작한 게 나의 첫 장편 소설 

<바닐라, 달콤함 속에 숨겨진 씁쓸함>이다. 이 소설은 손으로 약 10개월 동안 쓴 소설인데 내가 생각해도 어떻게 적었는지 신기한 소설이다. 글자 수는 20만 자가 넘었으며 페이지는 300페이지 정도였으니 실로 긴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이 책은 2014년 10월에 세상에 나오게 된다. 전역하던 날 다섯 권의 노트를 등 뒤에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난다. 그리고 6개월 동안 홀로 원고를 편집한 그때도. 출판사와 다시 계약을 한 그날도. 부모님에게 알린 그날도. 책이 출간된 그날도.



벌써 5년 전 일이다.


사실 이 책도 전자책으로 나올 뻔했다. 하지만 무조건 종이책이 아니면 안 된다는 뜻을 보여 정식 출간을 할 수 있었다.(전자책을 출판했던 마음세상에 다시 손을 내민 나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1차 정기 휴가를 나온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른 나이에 2권의 전자책을 출판했으니까.


'당신들이 알던 그 개구쟁이가 책을 냈어요. 그러니 한번 읽어보세요 열심히 썼으니.'


그러나 현실에서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친구들, 가족들까지 내 책을 읽어주지 않은 것이다. 내 책은 흔히들 말하는 삼류소설이었고 그저 누군가의 오그라드는 일기장이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그때 그게 얼마나 서러운지 나는 부대로 복귀하며 어떻게 서든 손에 쥘 수 있는, 그리고 서점에서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게 바로 <바닐라, 달콤함 속에 숨겨진 씁쓸함>이다.


5년 전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다. (흑)


종이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기억이 난다. 교보문고에서 내 책을 집었을 때 나는 눈시울을 조금 붉혔었다. 글을 쓴 지 3년 만에 이루어낸 일이고 그제야 친구들과 가족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글을 쓸 때 나는 무조건적으로 혼자였다. 아무에게도 조언을 받을 수 없었고 독자는 주변 사람과 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내가 꾸준히 무언갈 하나를 하고 이루어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이 소설은 1년 10개월 정도 작업을 한 만큼 정도 많이 들었었다. 소설을 쓰며 가장 재밌었던 건 내가 만든 캐릭터와 정말 우정을 쌓은 듯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마침표를 찍기 아쉬웠으니까.

그래, 그렇게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그동안 나는 글을 멈추지 않았으며 여러 책을 내고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또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글을 쓴 것 밖에 없는데 좋은 기회들이 많이 찾아와 정말 감사하면서도 두렵기도 한 요즘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작가라는 직업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작가로서 조금 인정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건 주변 사람들에서 끝이었다. 욕심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더 많은 독자들이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랐으니까. 그렇게 나는 SNS을 시작하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까지. 하지만 SNS작가로 성공하기만큼 어려운 일도 없었다. 

4편에서



3편 보기 -https://brunch.co.kr/@math9772/136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내 인생 첫 책이 세상에 등장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