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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n 24. 2019

서울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

작가라는 직업이 그리 쉽나요?


서울



요즘은 아주 잘 지내고 있다. 글을 쓰고 클래스를 하고 카페에서 짧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말이다. 하지만 월세에 허덕이는 건 마찬가지고 과소비를 할 때면 눈앞이 아득해지긴 마찬가지다. 성격이 성격인지라 궁상맞게는 못 사는 게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나는 당장 지금이 행복해야 하니 매번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요즘 트렌드인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데 오늘 행복하자는 마인드가 아주 강하게 잡혀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빠른 시일 내에 명확한 직업을 찾아야 하고 전에 회사를 다니며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반드시!) 하지만 지금 나의 직업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없다'라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조금 부정적이긴 하지만 글을 쓰고 클래스를 하고 있고 책을 만들고 있는 것만으로 작가라고 불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존경하는 독자님들에게는 그렇게 불릴 수 있으지 몰라도 나는 대한민국에서 작가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책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고 하면 무조건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글로 창작을 하는 사람은 작가라고 백과사전에 정확히 나와있으니까. 

그러니 글을 쓰는 당신. 누군가가 당신을 작가님이라고 불러도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도대체 어떤 통과의례를 거쳐야 비로소 작가라고 불릴 수 있겠는가. 


고즈넉한 서울의 초저녁


다시 요점으로.

현재까지 프리랜서 활동 3개월 차. 출판 원데이 클래스를 끝내고 지하철을 탔는데 갑자기 이 서울의 부속품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안심하고 말았다. 신림 바닥으로 돌아가면 호텔만큼 포근한 내 집도 있고 냉장고엔 몇 개의 탄산수와 엄마가 보내준 국물김치도 있다. 먼저 카페에 가서 마시고 싶은 음료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한 뒤 공차에서 음료를 마셨다. 구석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자료를 정리하고 산만하게 글을 쓰고 친구를 만나 거하게 술도 한 잔 했다. 요즘 내 생활을 얘기해주는데 글쎄, 내가 나쁘지 않게 살고 있단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는 거 쉽지 않다며 어딜 가도 먹고는 살 것 같다는 말을 하는데 내가 미소를 참을 수 있어야지. 그래 맞다, 직장을 다닐 때보다 몇 배는 더 큰 불안함과 스트레스에 휘둘렸지만 나는 나름 잘 살아내고 있었다. 부산에서 상경해 뚜렷한 직업 없이 말이다.



!!!!


생각을 해보니 어제까지 해서 나는 총 24명의 작가님들을 만났다. 3개월 동안 24명의 사람들. 한 분 한 분 천천히 얼굴을 생각하면 말끔히 떠오르는 게 정말 알찬 활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딜 가든 사람만큼 좋은 것은 없으리라.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건 늘 행복하다. 그러니 그들을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해야지. 지금은 유월 말. 가을에 나올 신작을 차분히 아주 매섭게 준비하고 있고 한의원에 다니며 식도염도 치료하고 있다. 그러니까 뭐든 점점 괜찮아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 투성이고 좋은 클래식은 많고 쓰고 싶은 글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욕심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으니 이대로 계속 쭉 전진만 하면 되는 것인데 왜 나는 나를 깎아내리는 건지. 가끔은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일상이 조금 두려운 것뿐일 테다.



무한경쟁이 일어나는 서울

나는 이곳에서 글로 밥 한술을 뜨고 있다. 

어쨌든 글이 내 인생의 밥줄이 되는 건 여전할 것이니 나는 오늘도 쓰고 내일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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