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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ug 05. 2019

예전에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

쓸쓸함에 대해 알아갈 때 


예전에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




예전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예전에 나는 고독하다는 말과 천리는 떨어져 살았다.

쓸쓸한 것은 내게 드라마였으며 사무치는 것은 일 년 전에야 알게 된 낯선 감정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남은 건 두터운 추억이지 괴리감이 아니었다. 이별을 통해 얻은 것은 상처가 아니라 새로운 만남이라고 나를 다독였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 길바닥에서 주저앉아 엉엉 울었을 때, 애인과 밥을 먹다 목구멍이 막혔을 때, 자기 전 세상을 등진 당신의 얼굴이 떠오를 때 나는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으며 나는 외로웠다



사무치는 것은 꽤나 아픈 일이었다. 생전 처음 겪어본 감정이라 나체의 상태로 매를 맞는 기분이었다. 질리게도 멈출 수 있는 건 시간뿐이었으며 나는 가슴을 들썩이며 이 고독함을 억지로 삼켜내려 애썼다. 올록볼록한 호흡이 차츰 제자리를 찾아갈 때 나는 카페트에 몸을 말아 누워 외롭지 않았던 때를 떠올린다. 동화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때의 난 돌아갈 곳이 있었고 기댈 곳이 있었으며 사랑을 받고 있었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은 일상을 보냈던 것이다. 



일상 속 나의 시선


일상 속 어느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며 창밖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오늘은 꽤나 쓸쓸하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맥주를 마셔야지. 쓸쓸하다면 사진을 쳐다봐야지. 이것도 아니라면 전화를 할까. 아니 궁상맞은 짓은 하지 않기로 하자.

다만, 오늘을 견디려면 추억이 한 아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면서도 먼 훗날 나는 고독에 완벽히 뒤덮여 오늘을 떠올리며 그땐 외롭지 않았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참 기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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