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의 흔적들
퇴사를 한 지 3개월이 되었다.
퇴사와의 100일이 다가오다니 시간도 참 빠르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고군분투했어요.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이지 갖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었으니까.
좋았던 건 여행을 가고 출근시간을 한동안 생각하지 않을 채 잠에 들었던 것. 근데 주말에 꼭 눈이 일찍 떠지듯 아홉 시만 되면 눈이 떠지곤 했다. 그리고 뭔가 나태해지기 싫어 일부러 침대에서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나는 회사에 다시 취직을 하기 싫었다. 그러니까 나의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예전부터 이 나태한 내가 줄곧 해왔던 건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기로 했다. 출판사를 만들기로.
하지만 사업이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가진 돈은 물론 준비된 원고도 없었고 마케팅 채널도 없었다. 그러니 내가 해야 할 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밖에 없었다. 함께 할 친구와 사업계획서를 적어보고 국가지원사업에 지원을 하고 원고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사를 한지 두 달 만에 출판사라 치고 문래 어느 지하에 4평짜리 사무실도 하나 구했다.
하지만 사업을 준비한다고 돈을 벌지 않을 순 없었다. 서울에서 살기 위해서 최소한의 돈은 필요했으니까.
나는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돈은 최소 200만 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월세와 학자금, 보험비, 휴대폰, 교통비, 관리비를 합치면 백만 원은 훌쩍 넘어갔으니까. 이제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을 거라 다짐한 터라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려고 했다.
나는 글쓰기 클래스를 열어 매주 두 번 수업을 진행했고 매달 한 번씩 출판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그리고 평일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말에는 에어비엔비를 통해 수익을 만들었다. 크몽을 통해서 외주를 받기도 하고 쿠팡 일도 잠시 했었다. 아주 그냥 고군분투를 하며 돈을 번 것이다.
어찌 됐든 나는 버텨냈다. 현재 자린고비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대성할 나를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미니멀 라이프 영상을 보며 이 생활이 나쁘지 않다는 걸 상기시킨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지금도 치킨을 시켜먹고 싶지만 탄산수만 홀짝이고 있는 현실이다.
어쨌든 결과를 말하자면 나는 8월이 되기 전에 출판사 대표가 되고 생활혁신창업에 사업 아이템이 선정이 되어 자금도 마련할 수 있게 되었고 유명한 카야 작가님이 나의 책 표지를 작업하고 있으며 회사 로고까지 거의 완성했다. 마케팅 채널은 지금도 계속 키워나가고 있으니 분명 잘될 것이다. 나의 계획이라면 11월에 나는 한 카페에서 출판사 업무를 보며 종종 글쓰기 클래스를 하고 밤늦게 집에 와 세수를 하고 잘 것이다. 그리고 행복해하겠지 나의 일을 뚜렷이 해내고 있다는 것을.
퇴사 후 3개월 동안의 시간은 내게 정말 천금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못난 나도 서울에서 직업 하나 없이 살아내는 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앞으로 더 스펙터클한 일이 일어날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우선 건강하자. 건강한 채로 성공해서 먹고 싶은 안주를 마음껏 시키며 잔을 부딪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