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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l 18. 2019

당신은 반드시 과거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가브리엘이 전했습니다.


어느 날,

가브리엘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가브리엘


가브리엘


당신은 너무나 많은 죄를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과거로 돌아가야만 하는 벌을 받으셔야 합니다. 후회를 한다고 해도 소용은 없습니다. 이건 제 범주 밖의 일이니까요. 이제부터 당신이 원하시는 과거로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거기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여태 있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리세요. 그렇게 될 거겠지만요. 단지 시간만 되돌아갈 뿐이니 많은 것이 바뀌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동안 당신이 사랑하고 애태워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겪었던 모든 일들은 한 줌의 재로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단 하나의 조각조차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어쩌면 이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낙심하지 마시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벌을 받으세요. 생각할 시간은 언제든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결정이 된다면 제가 말해주세요. 어느 때로 돌아가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말이에요.



결정의 시간


저는 결정했습니다. 저는 사실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몰라요. 제가 지은 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차피 돌아가야만 한다면 내가 태어났을 때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그렇다면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기쁜 사람일 테니까요. 사실, 저는 한없이 약한 사람이랍니다. 어쩌면 어른이 되면서 더 나약해지고 세상이 슬퍼보이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여태 참 많이 아팠습니다. 뭐 그리 고통스러운 것들이 많은지 내 마음 속 잔가시들은 시간에 소화가 도통 되지 않아 나는 결국 아픔을 머금으면서 살 수 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서 말합니다. 태어났을 때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그러면 모든 것이 깔끔하지 않을런지요. 이제 영영 만나지 못 할 인연들이 수두룩하고 겪지 못할 행복을 나열하면 이 죄를 사해달라고 울부짖고 싶지만 내 곁에 있던 모든 것들은 내가 아니더라도 행복할 수 있을 거예요.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미워했던 사람들을 모두 용서합니다. 새로운 삶에서 나는 어떤 일을 겪으며 살지 모르겠지만 단 하나 바라는 건 지었던 죄를 반복하지 않고 깊고 낡은 추억들을 간직한 채 늙어가는 겁니다.



 그러니 부디 우리가 다시 만나지 않길

 내가 없는 세상에서 부디 그들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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