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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l 04. 2019

서울에서 자전거로 400km 달리기

그저 바지런하게 달렸을 뿐이다.


자랑스럽다!


 서울에서 지낸 지 1년이 훌쩍 넘어갔지만 지하철을 타기 급급해 따릉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사실 지나가면서 허연 자전거를 몇 번 본 것 같지만 내가 탈 일은 없으니 관심이 없었을 뿐이었다. 자전거는 20대 초반 때 열심히 탔던 것이라 이제는 내 인생에서 한강 나들이 용도가 아니면 타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따릉이는 내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따릉이를 타고 서울을 누빈 지 한 달째. 나는 약 470km를 달리며 지구온난화 극복과 탄소 절감에 이바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교통비도 30% 절감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똥찬 일인가. 엉덩이 뼈는 욱신거리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는 다리 힘은 아마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나의 귀가 본능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처음 따릉이를 만나게 된 건 카페 일을 마치고 IFC 몰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상하게 눈에 띄길래 여의도에서 합정까지 한번 자전거를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30일 / 2시간짜리 이용권을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해버리고 말았다.(비용은 7000원이니 그야말로 갓 성비가 아닐까 싶다.) 카카오 맵으로 자전거 도로를 켜고 합정역을 보니 글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무엇보다 한강변을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바로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날 한강 다리를 건너 합정에 가고 합정역에서 신림까지 달려 총 17km 정도를 달린 것 같다. 이마에 땀은 흥건했지만 상쾌함은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달리면서 사진을 찍은 나 자신에게 박수를


 그다음부터 나는 따릉이를 매일 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합정에서 신림을 가는 게 아무런 일도 아니게 되었다. 물론 시간적으로 지하철보다 손해이긴 하지만 교통비 절감과 음악 감상, 풍경 감상, 하체운동, 다이어트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으니 나에겐 일거양득인 셈이었다. 특히나 서울의 2호선은 하천으로 이어져있는 자전거 도로가 너무나 잘 돼있어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는 장점이 있었다. 

 요즘은 여의도에서 사무실이 있는 문래까지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에서 일을 마무리하면 따릉이를 타고 신림으로 향한다. 매일 한 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는 셈이다. 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애인과 통화를 하거나 혼자 이것저것 생각을 하면서 발을 움직인다. 실제로 아무 생각 없이 달렸을 때 내 위치는 근두운을 탄 것 마냥 빠르게 옮겨져 있었다. 그때의 그 쾌감은 참으로 짜릿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강을 달릴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그밖에도 애인을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갈 때, 합정에서 글쓰기 클래스가 끝났을 때, 데이트를 할 때 나는 따릉이를 타고 있다. 그저 바지런하게 탔을 뿐인데 470km를 달리다니 일찍 선으로 쭉 달렸으면 아마 부산을 찍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고 있지 않을까 싶다. (체감은 그저 출퇴근 용일뿐이다.) 이제는 나름 동네마다 길도 알게 되는 것 같아 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욕심이 많은 나는 자전거를 사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아무 곳에서나 편안히 빌리고 다시 반납을 할 수 있는 이 녀석을 계속 애용하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 사무실에 있는 지금. 오늘은 어떤 녀석을 타고 집으로 가게 될까? 어떤 음악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며 집에 도착을 할까?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부푼다.


그렇다면 8월에는 500KM를 타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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