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출판사 창업에 대해
퇴사를 한 지 4개월이 되었다. 살면서 이런 난타적인 감정을 느낄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인생은 기이하게도 흐른다. 그러니까, 지난 4개월은 폭풍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앞서 말하자면 나는 직장인들이 하는 보편적인 퇴사가 아니었다. 간단히 말하면 일 년 반 전에 서울에 올라와 스타트 업 출판사에 들어왔고 하우스 오피스를 하며 일 년 동안 사력을 다해 일했다. 함께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성과는 좋았고 몇 권의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으며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문제점 또한 비례적으로 많아진다. 굳이 말하자면 입만 아프리. 그저 각자가 선호하는 게 달랐으니 나는 자연스레 퇴사를 선택했다. 어쩔 수 없기도 했고 한편으론 정말 무모했지만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작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출판인으로서 욕심이 났었고 이대로 부산에 내려가는 건 내 자존심이 죽어도 허락하지 않을 테였다.
퇴사 후 사람들은 긴 여행을 떠나거나 배우고 싶은 걸 배우겠지만 난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높은 월세와 휴대폰 값, 보험비, 교통비, 식비, 학자금만 해도 100만 원은 훌쩍 넘었으니 움직일 수 아니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클래스를 열었고 에어비엔비를 하며 모아놓았던 돈의 누수를 최대한 줄였다. 사실 처음에는 타 출판사에 입사해 나의 역량을 뽐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내 일을 해야 속이 풀리는 직성이었다. 그래서 출판사를 직접 설립하기로 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내고 나의 안목으로 좋은 책을 만들어 보자고.
동반자는 함께 퇴사한 친구다. 나는 마케팅과 기획을 도맡았고 친구는 법과 세금 그리고 회사 관리에 장점이 있어서 서로 상호보완적이어서 아주 합이 잘 맞다. 우리는 문래에 작은 사무실을 내 출판사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고 매일 밤 따릉이를 타고 땀을 흘리며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나는 현재 여의도 LG 본사 안 어느 카페에서 오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문래로 향한다. 그리고 친구와 1일 1식 중에 1식을 오후 4시쯤 섭취하고 다시 회의, 일을 하며 집으로 가서 다시 일을 한다.(엄청 나태하긴 하지만) 그리고 단편집 만들기 클래스도 운영 중인데 아주 머리를 쥐어짜 내 기획은 한 덕에 다행히 모집이 잘 되어 치킨 한 마리 정도는 마음 놓고 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매달 이렇게 살 수 없는 노릇이니 서둘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 준비라 하면 먼저 생활혁신형 창업에 도전을 해서 합격을 했다. (아래 참고)
사업을 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니 이것저것 알아보다 이것을 발견한 것이다. 사실 내가 여기에 합격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현대인들의 문화적 고립을 해소하는 프로젝트형 출판사와 카페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지원했는데 출판사를 운영하고 모임 플랫폼 또한 준비해온 이력이 있어 나름 자료가 탄탄했고 면접도 잘 보았던 것 같다. 갑자기 카페는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문화 프로젝트를 함께 운영하는 카페 공간과 출판사를 같이 운영할 계획이다.
*카페 이야기는 추후에 얘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내 출판사의 첫 책은 내 책이다. 이거 이거 왠지 쑥스럽지만 나도 어엿한 작가고 차기작을 낼 때가 되었으니 가장 나다운 책을 내 마음대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표지는 이미 나왔고 제목도 나왔다. 원고도 탈고를 했으니 인디자인을 통해 작업을 하고 다음 주에 샘플을 받아볼 예정이다. 8월 말 또는 9월 기점으로 인쇄소와 배 본사 대형 문고를 돌며 유통 계약을 터야 하고 마케팅 채널도 넓혀야 하고 작가도 계약해야 하고 정말 할 게 많다. 하지만 이만큼 행복한 게 어디 있겠나. 실패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고 천천히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엿한 한 출판사로서 책을 3~4권 정도 내는 것이 내 다음 목표다.
사업 시작에 앞서 나는 완벽은 바라지 않는다. 완벽을 바라는 순간 만족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출판인이 되고 싶은 마음만은 간절하다. 제법 유토피아적인 발상이긴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의 글을 다듬어 멋진 책을 만들어주는 것만큼은 예전부터 해왔던 태도이며 일이다. 베테랑까지는 아니더라도 멋진 작가들과 내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가끔씩 상상한다. 이루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믿기에 오늘도 나는 이것저것 메모를 하고 기록을 해본다.
나는 분명 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