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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ug 27. 2019

이별 후, 보통의 일상에서

보편적인 찌질함


이별 후, 보통의 일상에서





그녀는 이쯤에서 그만두자라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여름이고 야근도 잦은 날들이니까. 시선과 신경을 다시 가지런히 모으고 현실을 직시한다. 그래, 어차피, 우리는, 끝끝내, 결국 이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사실 마음이 아픈 것보단 그가 괘씸해서였다. 함께 속삭인 감정은 늘 우둑할거라 믿었고 이것이 그녀가 이별 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는 이유였다. 하지만 꽤나 능숙하게 버텨낸다. 수 없이 많은 약속을 잡고 전에 소개팅을 했던 남자에게까지 연락을 했으니 이걸 잘한다고 해야하나 애처롭다고 해야하나 친구 지영이는 뭘 그런 애한테까지 연락을 하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녀는 곧장 후회했지만 일종의 모르핀처럼 지금 당장느끼고 있는 이별에 대한 감정을 지워야만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아니 그래야만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예전 사람들이 그녀를 살갑게 맞이할리가 없다. 뭘 잘했다고. 연애하고 눈이 뒤집혀 연락 한 통 없던 사람인데 이제와서? 연락을 해봤자 시시콜콜한 대화였고 언제 커피 한 잔 하자라는 무기한적 약속을 수두룩하게 잡다보면 목성같은 공허함이 가슴 안에 가득찼다. 하지만 어떤 남자는 그녀의 쌩뚱맞은 연락이 꽤나 반가웠나보다. 여러대화를 하다 전화도 하고 커피를 마시려다가 술도 마셨다. 둘은 웃었다. 그는 감정적으로 그녀는 이성적으로. 이별여파로 모든 남자가 멋져보이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말이다. 이거 헤어짐을 모마하려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생겼다. 사실 예전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그러니까 내 쪽에서 더욱 마음이 갔던 남자에게 고민 끝에 연락했는데 답장은 커녕 읽씹을 당했다. 상처에 상처가 더해지니 막 몸에 열이 오르고 자제력은 더욱 낮아졌을 것이다. 



한번 만나봐. 


아니야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떡해. 



지영이는 그녀의 등어리를 때리며 그럴거면 그냥 잠자코있어라고 소리쳤다. 이별 뒤에 그녀의 일상은 멀건 진흙탕이었다. 늘 평안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지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또 필요없는 상처를 되려받는다. 자기 자신을 계속 땅밑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 어느 금요일 저녁, 그녀는 혼자 한강을 거닐며 흐트러진 마음을 잡아본다. 적적하고 우울하면서 약간 초연해진 것이 내일이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잡지않고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대교 사이로 노을이 지는 걸보니 괜스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쁜새끼. 내가 얼마나 사랑해줬는데. 


짙은 연애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는 건 꽤나 힘든일이었다. 근데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것은 아니다. 이런 냉철함은 그녀의 찌질함을 나름 대변해주는 것이리라. 집에 가는 길에 꼭 골뱅이나 만두사고 찬장에서 비빔면2개 꺼내서 얼른 끓이고 블루문 맥주도 마시길. 쇼미더머니나 삼시세끼보면서 말이야. 양푼이 비빔밥은 너무 고전적이니 닭발을 주문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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