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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Sep 23. 2019

잘 먹고 잘 사는 게 이런 겁니까

자본과 행복에 대하여



잘 먹고 잘 사는 게 이런 겁니까



나의 고향이여..


프리랜서 반년차가 다되어 가는데 중 나는 딥 앤 와이드라는 출판사를 차리게 되었고 내 책을 선두로 이제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서울에서 제대로 먹고 살기에는 아직도 너무나 벅차다. 물론 시작단계부터 낑낑거리는 나 자신이 그리 달갑지 않게 보이지만 여전히 돈의 압박에 시달리며 살아간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런 고난쯤이야 하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는 줄곧 잘 먹고 잘 살았으니까. 

(쪼달리긴 했지만.)


잘 먹고 잘 사는 건 과연 어떤 뜻일까. 매우 주관적인 말이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의식주가 온전히 해결될 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먹고 자고 입는 것에 욕구가 완벽히 채워졌을 때 말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쉽나. 좋은 것만 내보이는 이 세상에 욕구는 이미 쓰나미처럼 불어났다. 그래서 요즘은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생각한다.(감히) 최소한의 공간에서 필요한 것들만 사용하며 살아가는 라이프라.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어 유튜브에서 여러 영상을 보았는데 나랑은 완전 정반대라 심히 놀랐을뿐더러 절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샴푸를 쓰지 않고, 채식주의를 하는. 그리고 몇 개의 옷으로 사계절을 버티는 건 내겐 너무나 힘든 일이다.


나의 안식처이자 나를 파괴시키는..


예전부터 나는 인생은 폼생폼사라는 말을 하고 살았다. 그러니까, 내가 나를 좋은 환경에 데려다 놓는 게 자존감과 내비치는 삶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을 사고 여행을 가고 SNS를 꾸몄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운명이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넓은 원룸을 계약했고 그것을 메꾸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간다. 물론 후회도 많이 하지만 그만큼 내가 좋은 환경에 있음에 감사해하며 이 모든 것을 만끽하고 누리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누리는 것도 아니기에 지금의 나는 불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먹고살기 힘든 속에서도 이런 고집적인 요소가 있기에 생활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그리 멀리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돈을 벌고 이것저것을 하고 난 뒤 충분히 저축을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술 한 잔정도는 거뜬히 사줄 수 있는 안정 말이다. 솔직히 말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번 명절에는 정말 많은 고향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데 뭔가 부끄럽더라. 출판사 명함에 CEO라고 적혀있는 내가 참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서 오는 괴리감을 열정으로 바꾸어놓긴 했는데 옛날과 똑같은 내 현실이 뭔가 우스웠달까. 

그래서 나는 불안정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던 것 같다.


저 가방에 나의 열정이 담겨있다
고향에서 바라보는 바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열렬히 살고 있다. 나는 인간이 행하는 모든 것은 중첩되고 쌓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하루하루 해오는 것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내일 또는 미래의 나를 만들거라 생각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매일 노력하는 나 자신이 그리 밉진 않다.

대신 덜 후회할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빠르게 내가 생각하는 목표치에 도달하면 좋으니까. 


고마운 사람에게 술 한 잔을 거뜬히 사고 애인에게 가벼운 선물을 부담 없이 해줄 수 있고 어머니에게 주기적으로 용돈을 보내줄 수 있을 때. 나는 누군가에게 나 나름 괜찮게 살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또한 자본주의적이라 눈치가 보이지만 내가 이런 걸 어째. 

어쨌든 나는 돈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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