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부족한 나의 인생에 대하여
20살, 입대를 앞두고 보드를 타다 발목뼈가 부러져 6개월 동안 걷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목발을 다리 삼아 걸어야 했고 일도 하지 못했으며 외할머니의 영정사진조차 들지 못했습니다. 나름 처참했고 아주아주 우울했던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언젠가부터 어두운 방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요.
어느 날은 티브이를 보는데 강연자가 관중들에게 소원이 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무의식 중에 걷는 게 소원이에요,라고 말하는데 얼마나 허탈하던지요. 보통의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 오늘날 나의 소원이 된 건 저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뒤로 평범한 것들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바뀌어갔고 꾸준하게 글을 적게 되면서 오늘날의 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부족하고 지질하고 못난 사람입니다. 아직도 절망이 눈앞에 와야 몸을 움직이고 안일한 선택으로 후회를 밥 먹듯이 하죠. 하지만 제가 바라는 건 그리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욕심일까요? 그래도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제게 행복은 그리 큰 게 아니라는 겁니다. 건강한 다리로 걷고 있고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가을 냄새를 맡을 수 있거든요.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당연한 것들은 영원히 내 곁에 머물 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언제든지 나의 것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만끽하며 살아갑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세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미완성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