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남는 방법
의존이라는 말은 보통 희생이 전제로 깔려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희생이야말로 사랑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사랑과 의존은 가을과 코스모스처럼 모쪼록 잘 어울리는 형제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들은 요즘 사람들에게 너무나 벅찬 것들이 돼버렸다. 도대체 사랑은 어디서 하고 의존은 또 누구에게 해야 하나.
치열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혼자 살아남는 방법만 터득하고 있는데.
사시나무 털 듯 불필요한 관계와 감정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계절이다. 여기서 조금 더 추워졌을 때, 우린 맨살을 들이밀며 살이 맞대자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조금 더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오늘도 많은 사랑이 지고 피는 와중에 우린 각자의 섬에 외로이 자리하고 있다. 홀로 불을 피우며 조용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지키면서도 처절하게 외로운 사람들. 어쩌면 의존과 희생은 무인도에서 점점 멀어지는 유람선을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