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세상의 모든 퇴근러들에게

by 신하영


14144.jpg 저물어가는 저녁 그리고 퇴근길


지친 몸으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 내내 행복했던 적이 있다.

아, 오늘은 내가 봐도 정말 수고했어, 하며 집 앞 편의점에 들려 시원한 캔맥주를 샀던 날이었다.

성취를 떠나 행복은 바람처럼 아무 말 없이 내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면 여유와 부유함은 행복의 필수조건이 아니었다.


나는 진정 내가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것에 기분 좋은 숨을 내뱉었는데 욕구를 채우는 것만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구나, 라는 걸 새삼 깨달은 적이 있다.

분명 아닐 테다. 행복의 가치척도는 아무도 가늠할 수 없기에 이렇게 힘들게 하루를 보냈음에도 차분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하루의 연주가 끝날 때쯤 밤하늘을 보거나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듣고 싶었던 노래를 듣는 당신은 가만히 보면 입꼬리가 무척이나 가지런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 사람과 똑같이 보이길 바랐다.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하며 달력을 넘기고 시간의 빠름에 대해 가벼운 한탄도 해본다.

이렇게 건강하게 바지런히 살다 보면 내게도 다른 기쁨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시련은 소리 없이 내게 다가오겠지. 하지만 싱그러운 나날 또한 결국 다시 찾아온다.

그때 우리 조금만 더 행복해지자. 잔가지에 아파하지 말고 허울 없이 미소를 짓자.


오늘보다 더 내일보다 더.





에세이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에서 발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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