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는 것을 억울해하지 말자
친구.
우린 아마 내일도 쓸쓸할 거야. 그러니 슬퍼하는 것을 억울해하지 말자.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슬픔은 공존이라 하거늘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함께 슬퍼할 사람을 찾는 것일 테야.
누군가가 울상을 진 채로 신호등을 기다리고 옷을 갈아입고 집 비밀번호를 누르는 꼴을 보면 어찌나 안쓰러운지 나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도 그 사람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근데 나는 그러지 못했지. 불쌍한 건 오히려 나였으니까. 모든 걸 투영하는 척 발버둥만 치는 게 얼마나 비열해 보이는지 알아.
혼자 괜찮은 척하는 것만큼 나약한 건 없는 거였어.
친구. 우린 불행했기 때문에 만난 거겠지?
나는 어느 누군가가 쓸쓸한 우릴 보고 측은한 표정으로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해. 조금이나마 나은 존재로 살아가라고, 공존하라고 말이야. 그 덕에 우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은 것도 많지만, 세상에는 뭐 그리 가라앉은 것들이 많은지 우리가 겪어야 할 슬픔은 아직 하늘만큼 남아있을 거야. 하지만 기쁜 것은 바다라고 생각해. 하늘만큼이나 큰 것이 바다니까.
그러니 부디 함께 맞이하길 바라. 무엇이든 줄곧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야.
하늘과 바다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결국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中 204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