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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Feb 02. 2020

추악한 사랑에 대하여

사랑의 길은 늘 험난해


그 사람이 알려준 하늘



"그 날 얼마나 우셨어요?" 


단추를 잠그면서 그가 묻더라. 나는 그 질문에 미친 듯이 파노라마를 돌렸고 지쳐 쓰러졌을 때의 그 날을 떠올렸어. 맞아, 그 날은 정말 많이 울었었지. 너무 힘들었었거든. 사랑도 일도 다 개 같아서 뭐라도 부숴야 할 것 같았어. 결국엔 아무것도 못했지만. 근데 그다음 날인가, 생전 전화 한 통 없던 그 남자한테 전화가 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하늘을 보래. 지금 노을이 참 예쁘다고. 나는 자연스럽게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어. 오랜만에 본 하늘이었는데 참 예쁘더라. 그러고 보니 하늘 볼 일이 참 없었어. 눈을 위로 향하지 않은 내 탓이겠지만 주변에 예쁜 순간들은 많다고 말하는 데 또 눈물이 날 것 같더라. 있잖아, 나는 앞만 볼 줄 밖에 몰라서 놓친 것들이 꽤 많아. 그래서 그 사람한테 가끔은 나한테 하늘 좀 보라고 말해달라고 부탁했어. 별로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참 이기적이지? 그 전화를 끊고 나니 내가 더럽고 물든 기분이 들더라. 갑자기 우울해져서 창틀에 팔을 걸치고 노을이 사라질 때까지 울었더라지. 아주 암울하고 추악한 하루였어. 울고 나니까 배고프더라. 떠오르는 사람이 그 남자인 걸 어째. 나는 순댓국 한 그릇만 먹자고,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메시지를 보냈어. 근데 거절은커녕 마침 지하철이라며 우리 동네로 오겠다고 했지. 우리는 소주 두 병을 마셨어. 그가 한 병반 내가 반 병. 발그레 술기운이 오른 그가 사랑스러웠던 건 내 잔에 반 잔만 채워주는 매너를 봤을 때야. 나도 참 별 거 없어. 그렇게 밖으로 나오고 집으로 가는데 어깨를 톡톡 치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더라. 밤 구름이 없는 남색 하늘에 아주 예쁜 달이 떠있었어. 응, 예뻤지. 하늘을 보면서 걸으면 넘어질까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고 우리는 그 날 따뜻한 사랑을 나눴어. 너무 따뜻했다 얘, 아직도 그 온기를 잊을 수가 없어.

 

살다 보면 나를 우울로부터 구제해주는 사람이 종종 나타나. 우린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 모든 짐을 내려놓으는 그런 사람이잖아. 그 사람, 마음이 정말 고운 사람이야. 자기도 아프면서 나를 돌봐주려고 할 땐 얼마나 속이 상한지. 그런 걸 알면서 안기는 내가 참 못난 것 같지만 이게 사랑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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