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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Mar 12. 2020

퇴사 11개월 후 나의 일상

나는 더 나아졌을까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흐른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속도를 맞추기 위해 나는 그동안 달리는데만 여념 했다. 4월에 퇴사를 했으니 이제 거의 1년 차가 다되어간다. 회사 없이 서울에서 1년을 버텨내다니. 모아둔 돈도 없던 나였지만 이제는 엄연한 한 출판사의 대표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대표라는 말이 낯간지럽겠지만 사람은 이름대로 간다고 하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자기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대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맞으니까. 


딥앤와이드 라는 출판사는 참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출판사다. 원래는 퇴사를 하고 타출판사에 취직을 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드려고 했지만 함께 퇴사한 친구와 여러 대화를 하다 '우리만의 일'을 하자는 말이 나오는 동시에 나는 태세를 180도 바꾸었다. 사업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한시라도 젋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문화 카페'창업을 위해 창업 박람회를 전전하며 공부를 했었지만 그건 터무니없는 일들이었고 내 책을 첫 시작으로 출판사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결심을 하고 10개월이 지났다. 우리는 문래 낡은 건물 지하에 사무실을 구했고 출판사 사업자를 내며 소리를 질렀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며 고된 하루를 보냈었다. 첫 책을 작업할 땐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는 에이버앤비에 글쓰기 수업에 크몽 외주까지 받았으니 4잡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진짜 게으름뱅이 나무늘보 신하영이 포 잡이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때는 정말 먹고살기 위해 5잡까지 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꽤나 밝았던 청춘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때를 생각하며 텁텁한 미소를 지어본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린 계속 전진하고 있다. 나는 전세대출을 통해 지독스러운 월세를 벗어났고 동료 또한 곧 결혼을 할 친구와 함께 살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간다. 아직 지하 사무실에서 햇빛을 못 보고 있지만 우리는 이 작은 사무실에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상현 작가의 책으로 딥앤와이드의 책은 3권이 되었고 2020년에 계획된 책들도 6권이나 있다. 2020년을 마무리할 때 이 책들이 내 책상에 놓여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력의 산물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우린 아직 프로가 아니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더 나아가고 있음에, 그것이 참 다행이고 그렇다. 


결국 퇴사는 내게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는 걸. 

내가 나에게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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