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상점에서 살 수 있다면

나는 너를 바르게 잊을 수 있을까

by 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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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상점은 추억을 살 수 있었다.

여기 아무것도 모르는 한 소녀가 호된 사랑을 경험하고는 빨개진 얼굴로 가게를 찾았다.



“아저씨 추억 한 아름 주세요. 여기 제 전 재산을 드릴게요.”



몇 푼 되지 않는 돈을 꺼내놓고선 주름 가득 울상을 짓는 아이가 가여웠지만, 주인은 돈보다는 너의 아픔을 달라고 얘기했다. 잊기 힘든 기억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고.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면 딱 지금처럼만 아파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어깨가 들썩이며 큰 물방울이 그의 눈에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그게 얼마나 서러워 보이는지 주인도 잠시 이를 악물 정도였다. 이윽고 소매가 다 젖었을 때 주인은 그에게 오밀조밀한 추억을 건넸다. 아프고 후회로 가득 찼던 지난날을 쥐어짜네 나온 몇 조각의 추억이었다. 소녀는 그것을 가슴에 품고 서둘러 마을 언덕으로 향한다.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 찬란했던 때를 그리워하러.


그러고 보면 추억은 항상 소맷자락에 후회가 조금씩 묻어있었다. 꼭 칠칠맞은 사람처럼.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사랑할 날은 많거늘.


조금씩 녹아내려 가는 사랑의 조각들을 보며 울음을 터트리는 소녀의 훌쩍임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래, 그렇게 아파하는 것이야. 사랑은 아픈 것이지.

조금 더 성숙해지면 단지 덜 아픈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뿐이야. 그때는 더 잘하면 되는 거야.

어차피 완벽한 사랑은 없으니까.

흔들려야만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는 거야. 사랑은.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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