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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Mar 20. 2020

굳이 시행착오가 필요할까

한 달에 한 번 실수하기




최근에 또 실수를 했다. 

물론, 몰라서 그런 것이지만 충분히 알 수도 있었고 실수를 피할 수도 있었다. 안일함과 준비가 부족해 기회를 날린 셈이다. 멘탈에 금이 가서 누가 툭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동료와 나는 각자의 책상에서 한숨을 쉬며 생각을 정리했고 서둘러 대안책을 생각해 몸을 움직였다. 

실수를 메꾼다고 그 날 해야 할 일을 다 하진 못했지만 우린 또 하나의 큰 배움을 할 수 있었다. 시행착오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근데 이제 지겹다. 실수할 때마다 시행착오를 운운하는 게.

하지만 이렇게라도 나를 위로해야만 했다. 

 "그래, 실수할 수도 있는 거야." "이제 알게 됐으니까 앞으로 안 그러면 되는 거야." 같은 말들을 내게 해주지 않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찰 테니까. 이렇듯 우리는 하나의 책을 만들 때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작가와 원고를 작업하고 책을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라 책을 판매하고 유통시키는 데까지 실수 없이 진행하는 게 이리도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이제는 모든 프로세스를 알게 되어서 괜찮아졌다 싶었는데 담당 직원이 바뀐다거나 코로나 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들이 오면 현명하게 대처를 하지 못했다. 

무조건 한 대 맞아보고 시작하는 꼴이랄까. 굳이 맞을 필요는 없는데.





사랑이든 일이든 시행착오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떵떵거리며 살아왔다. 실제로 책에도 이 단어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 모른다. 근데 며칠 전에는 굳이 시행착오가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자꾸 고꾸라지는 걸까 하면서. 물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된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고 있을 때 넘어지는 건 러너들에게 아주 큰 타격이다. 스피드를 잃을뿐더러 상처도 입고 다시 그 속도를 내며 달리는 데에는 이를 꽉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라지만 약간의 예민함과 그로 인해 생기는 준비가 있다면 어떤 실수는 분명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무언갈 결정하고 시행할 때 동료와 한 번은 더 생각을 하고 진행을 하려고 한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린 분명 또 다른 실수를 할 것이다. 모든 게 완벽해지면 또다시 나태해지고 무지해질 테니까. 


아무래도 좋다. 나는 그냥, 달리고 있던 이 속도가 무너진 게 너무 아쉬워서 그렇다. 그러니까 안일해져도 좋으니 한 번쯤은 내가 정한 코스를 실수 없이 완주해보고 싶다. 


2020년의 3월도 저물어 간다. 어쩜 한 달에 한 번꼴로 큰 실수를 할까.

그것이 조금 유쾌하면서도 씁쓸한 하루다. 

그래도 무너지지는 말아야지. 버티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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