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기가 깨진 꿈

그 꿈이 사랑이었으면 좋겠는데

by 신하영



3.jpg 8월의 크리스마스



꿈을 꾸고 나면 이불을 펄럭여 흩어진 조각들을 찾기 바빴다. 물론 꿈은 눈을 뜨는 순간 발화되니 긁어모으는 것뿐이겠지만 몇 가지 장면을 손에 쥘 수 있으니 그걸로 다행이었다.


어쨌든 나의 화근은 이런 것이었다. 샤워를 할 때나 신발 끈을 묶을 때 아니면 역으로 걸을 때나 당신에게 아침 메시지를 보낼 때 이 꿈을 꺼내보는 것.

예를 들어 교정기가 깨진 꿈을 꿨다면 네이버 창을 띄어놓고 이런 말을 뻐끔해본다.


‘교.정.기.가.깨.진.꿈’


그러면 어떤 역학가가 위트 있는 말투로

“교정기가 깨지셨다고요? 당신은 곧 짙은 사랑을 하시겠군요. 만약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놓치면 안 되고 누군갈 짝사랑하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용기를 낼 때입니다!” 같은 말을 해주기 바랐던 것이다.

근데 그럴 리가 있겠나, 그냥 이런 생각으로 당신한테 말 한마디 더 걸어 보는 거지.

이런 꿈을 꾸어서 이랬어요라고 여차여차 꿍꿍 말하고 싶지만 우린 바쁜 현대인인 걸 어째, 행여나 이 얘기가 재미없다면 무거운 아침이 더 둔탁해지고 싸늘해진 기운은 슬플 테니 혼자 미소만 머금고 답장을 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약하다. 누군갈 좋아하는 순간부터 나는 시장에서 파는 묵처럼 말랑거려 모든 일에 쉽게 무너진다.

너무 싫어. 정말이지, 검색창에 교정기를 검색하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저기, 손을 잡고 있는 한 커플이 있다. 둘은 분명 행복해 보였지만 문득 사랑에 꼬리가 있다면 그 꼬리는 외로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갈 좋아하는 데에도 나는 참 쓸쓸하구나 하면서. 주머니에 넣어 놓았던 꿈 조각을 바닥에 스르르 뿌리면서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교정기 꿈은 사랑이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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