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한테 참 서운한 게 많아요

두터운 사랑을 하기까지.

by 신하영




고군분투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살아가는 것만큼 사랑도 반드시 피를 튀겨야만 하니까. 영화 같은 사랑은 이제 바라지도 않고 그저 친구가 연애를 하는 만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나는 무얼 했던 걸까. 어느 날, 친구와 술 한잔을 하고 집 앞에서 담배를 태우며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고 이토록 버림을 받은 것일까. 어떻게 하면 마음이 맞는 사람과 보통의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걸까. 상처를 받는 것만큼 상처를 주는 것도 불가피한 건데 내가 타인에게 준 상처가 너무 커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시답지 않은 유튜브를 보고 일 생각을 하는 게 저녁의 전부였다. 그러니까,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누구를 그리워하지도 않았고 보고 싶은 사람이라곤 우리 가족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큼은 절대 닫지 않았다. 마음이 닫혀 있는 사람에게는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버젓이 내 책에, 그것도 내 손으로 적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순적인 행동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사랑은 필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 찢어진 마음이 더 찢긴다고 나빠지겠는가. 나는 언제든 상처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일상을 살아갔다. 그러다 누군갈 만나면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리라고 다짐했다.




생각해보면 20대가 된 이후 좋게 기억에 남은 연애가 하나도 없었다. 각각의 연애마다 절규와 분노 허망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건 알고 있다. 나의 관계에는 수많은 불순물이 있었고 누군가는 금방 지쳐했으며 어쩔 땐 타이밍과 배신이 나를 무너트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이를 먹은 지금은 연애라는 건 보통의 일이 아닌 아주 무겁고 두터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누군갈 만났을 때 온 마음을 다하고 그대를 신중히,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나는 아직 미성숙한 사람이다. 감정의 조절도, 하는 행동도 어린아이 같고 때론 이런 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예전에 사랑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했을 때 나는 "사랑은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에요."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철학과 운문을 떠나 뭉클해지는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사랑을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당신한테 서운한 게 참 많아요."


정말이지, 뭐가 그리 서운한 게 많은지.

그래도 이런 문장이 떠오르는 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서 일어난 순수한 괴리라고 생각한다. 이 모습마저 사랑해주었으면. 이리도 서툰 나를 훔쳐가 주었으면 좋겠다. 녹아도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