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제가 고장이 나는 것 같아요.
아버지, 저 서른 살이 됐어요.
아버지는 제 나이 때 무엇을 하셨어요? 저는 아직 20대에 머물고 있고 돈이야 제 한 몸 먹고 살릴 수 있을 정도는 벌고 있지만 아직도 실수투성이고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살고 있어요. 아버지도 저처럼 이리저리 휘둘릴 때가 있었어요? 저 글을 쓴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어요. 이런 제가 못 미더우셨던 것도 알고 있어요. 돈이 되고 전망성 있는 걸 해야 하는데 허구언 날 예술에 빠져있으니 마음에 드셨을 리가 있겠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을 테지만 제게 아무 말도 하시지 않아서 감사해요. 내가 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배운 거라 계속 고집을 피우면서 글을 썼던 것 같아요. 전업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가 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싶었거든요. 그런 전 작은 출판사를 이끌고 3권의 책을 낸 작가가 됐어요. 망원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수업도 하는데 사람도 곧잘 모여요. 함께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클래스인데 수업하는 제 모습 보면 우리 아들한테 이런 모습이 있었어? 하고 놀랄지도 몰라요. 그런데 왜 이런 글을 쓰냐면요.
음. 제가 조금씩 고장 나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서요. 아버지 아이언 맨 알죠? 우리 예전에 티브이에서 같이 보기도 했었는데. 아이언 맨의 본명은 토니 스타크인데 너무나 방대한 기술과 지식을 알고 있어서 '지식의 저주'에 걸렸다고 해요. 자기가 만든 기술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데 여기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아 하루라도 편하게 잘 수가 없었던 거죠.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주어야 하고 경쟁을 하면서 고군분투하다 보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력이 조금 흐려진 것 같아요. 무조건 잘난 것이 옳다고 느껴 그것만 행하려 하고 같잖은 자존심도 막 부리고 그래요. 시기는 또 얼마나 많다고요. 도태되지 않으려다 보니 전교 1등을 시샘하는 2등처럼 콧방귀도 자꾸 뀌고 그래요. 물론 이런 것들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가끔은 이런 제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요. 굳이 안 해도 되는 행동을 할 땐 다 저를 위하는 거라고 위로를 하지만 침대에 눕기라도 하면 달만큼이나 큰 공허함에 빠져서 새벽을 지새우기도 해요. 참 못났죠? 아버지 아들은 요즘 이래요. 그래서 묻고 싶었어요. 아버지가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버지가 있었으면 나한테 어떤 말을 해주셨을까 하고.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버지 저 돈 많이 벌거예요. 이번 설에 큰 집에 들렀다 집에 오는데 엄마가 이 나이가 되도록 명품가방 하나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올해 말에 무조건 사준다고 말했어요. 근데 갑자기 엄마가 우는 거예요. 아들이 커서 이렇게 말이라도 해주는 게 얼마나 고맙다는지 사실, 저도 눈물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오려 했지만 허벅지를 꼬집고 꾸욱- 참았어요. 이런 말 하면 안 믿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전 엄마를 위해서 살고 있어요. 돈 많이 벌어서 엄마한테 효도하고 싶거든요. 저보단 엄마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가 옷 하나 못 사 입어도 엄마는 좋은 거 입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하는 거기도 하고 실제로 명품가방 하나 사줄 정도의 능력이 됐어요. 그래서 올해 어느 날에 엄마랑 누나랑 같이 백화점에 가서 갖고 싶은 가방 하나 사줄 거예요. 이게 지금의 제 삶의 목표예요.
이렇게 보면 꽤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일지 몰라도 아직은 한참 부족해요 아버지. 독자들에게는 자신을 믿고 비교하지 않으며 살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글처럼 행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고백하자면 모든 글은 다 저를 위해 쓴답니다. 제가 보통의 사람이라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도 2천 권이나 나갔다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무게와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의 무게라고 표현하면 괜찮을까요. 어쨌든 전 이렇게 종종 사색에 잠깁니다. 삶에 정답은 없고 미완성이라는 걸 잘 알지만 가끔은 아버지한테 물어보고 싶은 날이 있어요. 어떻게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너지지 않고 살아야죠. 그래도 저 잘 살고 있어요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제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