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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Aug 13. 2020

작은 출판사 대표의 고민입니다.

한국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나는 요즘 시기 질투를 느낀다. 그리고 분명 정체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방에 잘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라는 생각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바람일 것이다. 11월부터 8월까지 꾸준히 달려왔다. 6권의 책이 나왔고 이제 7번째 책이 나온다. 출판사를 시작할 때 동료와 김치찌개를 먹으며 그래도 10권까지는 군소리 없이 달려야 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지금 앞으로 3권의 책만 더 나오면 우리는 목표점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10권이 나온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까?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를 작업하러 파주에 갔을 때 친한 인쇄소 담당자님은 출판사는 최소 3년, 책은 20종이 나와야 그나마 안정권에 들어선다고 말하셨다. 우리가 말했던 것과 전혀 달랐던 것이다. 3년과 20종이라면 나는 2년과 13종이라는 책이 남았다. 이것이 뭔가 내가 가지고 있는 탄창과 총알 같이 느끼지는 것은 무엇일까.





출근을 하면 온라인 대형서점에 들어가서 책 순위를 살피고 타 출판사 마케팅을 보는 것이 내 일상이다. 페이스 북에서 좋아요가 몇 천 개가 찍히고 댓글이 수백 개가 달린 콘텐츠를 보고, 네이버 메인에 뜬 콘텐츠를 확인한 뒤 우리 책을 보다 보면 뭔가 가진 것 없이 아이들을 가난하게 키우는 부모의 마음처럼 멋진 채널에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서 시기와 질투가 생기는데 어찌할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이것을 열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무언가 잘 못 됐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타인의 잘된 모습을 바라보며 나를 성찰한다. 물론 그들이 100% 옳은 건 아니지만 분명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건 맞으니 낮은 자세로 배우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페이스 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팔로우가 500이 채 되지 않는 마케팅 채널을 계속해서 키워나가고 있다. SNS 로직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다.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시기가 늦은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1년 차 출판사 치고는 나쁘지 않은 채널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나오면 네이버 메인에 적어도 2번은 노출시키고 서포터스 운영을 통해 많은 리뷰를 남긴 뒤 여러 채널에 책을 홍보한다. 그것이 다른 출판사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인 것이다. 

물론 작가님들이 선봉서서 책을 홍보해주면 좋겠지만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책을 홍보하라고 말하는 것 또한 시기가 지나면 한계가 오는 법이다. 정말이지, 내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고 싶다면 어떻게든 하겠지만 책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독자들에게 점점 잊혀가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지속력을 최대한 늦추는 게 우리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책들을 다 챙기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는 지금 악착같이 일을 하고 있는가. 누군가가 내게 물으면 나는 "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할 것 같다. 무언가 나사가 하나 풀려있는 듯한 느낌. 각성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30대 자영업자 이야기라는 유튜버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인데 오늘 아침에는 명동에서 장사를 하는 한 사장님의 영상을 보게 됐다. 코로나를 직격으로 맞아 월세 700인 가게에서 매출을 800만 원 밖에 못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달 1200만 원씩 마이너스가 나고 더 이상 대출을 받을 곳도 없다고 하시며 담배를 하루에 두 갑 넘게 피우는 사장님은 정말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지쳐 보인 듯했다. 자신의 일을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놓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고 하던데 도대체 무엇이 정답인 건지. 어쩌면 나는 그 영상을 보며 조금은 안심했던 걸지도 모른다. 아직 우린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구나, 하면서. 다행히도 그 안심은 내게 악이다. 나는 지하철에서 어금니를 조금 깨물었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메모했다. 그리고 이 적나라한 출판일지도 마무리를 하게 됐다.



점심을 먹고 긴 회의를 할 것이다. 그때 동료들과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얼른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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