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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Oct 07. 2020

딥앤와이드 여름 출판 일지 : 코로나와 출판사의 관계

출판사의 대표는 고단하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마스크를 끼지 않은 날들이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한 것 같다.


경제는 무척이나 침해되었고 출판계도 다른 사업 못지않게 타격이 많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어느 부분에서 타격을 입은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경제 수요가 떨어졌으니 우리도 타격을 입은 건 확실하다. 하지만 잘 되는 맛집이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여전히 잘 되는 것처럼 잘 팔리는 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사실이 애석한 것도 있지만 주변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더 힘을 드러내는 책을 만들지 못한 나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지 참 고민이 많다.


예술성만 고집했다간 남들에게 전부 퍼주는 사업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딥앤와이드 책상


딥앤와이드는 "깊고 넓은"책을 만든다는 이념 아래에 만들어졌고 우린 작년 11월부터 총 7권의 책을 만들었다. 대박을 친 책은 없지만 표지와 내용은 어느 출판사 못지않게 잘 해냈고 많은 독자들에게 우리 출판사를 알렸다. 아주 극 소수겠지만 '딥앤와이드'를 아는 사람들은 예쁘고 좋은 책을 만든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유 출판사를 생각했을 때 책들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느낌이랄까.


몇 명의 독자에게 이 소리를 듣곤 뿌듯함에 어깨를 톡톡 두드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출판 사업을 하며 느낀 건 좋은 책을 만들려면 그에 맞는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책 제작비와 인세, 표지비를 합치면 한 책에 대한 대략적인 손익분기를 알 수 있다. 그 손익을 넘기려면 책이 팔려야만 하는데 예쁜 표지와 좋은 작품성을 가지고 있어도 작가의 인지도나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00권도 팔기 힘든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케팅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고 이 부분에서 상당히 어려운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좋은 책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알리는 것도 출판사의 능력이다. 나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책이라도 마케팅을 놓지 않고 많은 노력을 다해왔다. 하지만 어쩔 땐 벽을 느낀다. 마케팅 채널 팔로우가 수십만이나 되는 출판사와 비교를 하면 안 되지만 자꾸만 그들의 마케팅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좋아요부터 노출수까지, 차원이 다른 결과에 때로는 내 능력에 대한 회의감과 나태함을 꼬집기도 한다. 그동안 만든 콘텐츠만 해도 수 백 개는 되니 어떻게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채널 팔로우를 늘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일정의 투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았다.





'자본'이 있다면 다양한 유료 마케팅을 통해 활동의 폭을 늘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노출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의 타격과 부진한 판매 때문에 우리는 자린고비의 마음으로 자력적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우리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사업 초기이고 이만큼의 브랜딩을 만든 것만 해도 내게 큰 업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너무 예술성만 고집해서는 출판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사실, 전부터 생각해왔긴 하지만)


작가 생활을 오래 한 나에게는 고질적인 '예술병'이 있었기 때문에 예술성과 작품성은 쉽게 양보를 못했다. 대중성을 버리면 상업성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우리는 작품성이 강한 소수의 책 형식을 고집했지만 이제는 조금 더 폭넓은 책을 만들기로 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다 잡는 그런 책을 말이다.


하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가 한 마리의 토끼도 못 잡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 그래서 조금 영악해지기로 동료들과 말했다. 일단 에세이라는 형식에서 벗어나고 자기 계발과 인문 쪽도 진행을 하기로 했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케팅이 준비하여 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모든 책은 제각각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각 다른 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은 많은 경험으로 커버가 될지 알았지만 긴 산문이 들어가는 책들은 '스낵형'으로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기에는 참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어떻게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할지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웃긴 건 6개월 전 출판 일지에도 이런 말을 썼다는 것이다. 나는 늘 실패와 부진함을 겪고 성장하는 것 같다. 풋내기인 시절과는 달라졌으니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식으로 이런 부진함을 이겨낼 것인가.

다음 글은 부진함을 이겨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나열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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