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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Feb 18. 2021

출판사는 웬만하면 하지 맙시다

출판사 창업의 현실에 대하여




2020년은 COVID-19에 잡아먹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지난 1년 동안 정말 악착같이 살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건 내가 바쁘게 살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위로해본다. 출판사는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었고 우리는 총 12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그렇다 할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좋은 책을 만들었기에 후회는 없다. 12권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속을 썩인 책, 애정이 가는 책, 배운 게 많은 책, 다행히 수익을 내준 책들이 모여 지금의 딥앤와이드를 만들었다. 탄탄한 출판사를 운영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린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지도가 없었던 때. 향해자가 나침반과 파도에 의지한 채 섬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우리도 향하고 있는 방향에서 속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분명 어느 섬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출판이라는 사업군은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분명 진입장벽이 높은 종목이다. 거대한 마케팅 채널, 막대한 자본금, 유명한 작가가 있지 않는 이상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는 너무나 힘들다. 열정 페이의 절정. 나와 동료야 내 일이니까 무급으로 일한다고 해도 직원이라도 있었으면 한숨을 더 쉬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출판계는 박봉으로 유명하다. 산업군이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나 플랫폼 사업처럼 발전을 하지 않으니 계속 고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출판만이 꼭 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종종 나누고는 한다.




딥앤와이드 사무실 전경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면 나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하며 자책을 하기도 하고 책을 더 알리지 못하는 것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성실함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고착되어 있는 성실은 가치가 없다. 그래서 나날이 배우고 발전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며 그것을 토대로 실천을 한다. 하지만 출판 마케팅이라는 것에 정답은 없기에 책이나 영상을 봐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건 아니다. 거기서 답을 얻는 것보단 부딪혀보고 경험하며 개인의 지표를 내는 게 결국엔 내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경험보다 값진 것 없다. 하지만 이걸 알기에 가끔에 지치는 걸지도 모르겠다.  







2021년 2월도 벌써 절반이 흘렀다. 백신으로 인해 코로나가 분명 종식될 수 있을 거라 믿기에 서점이 활기를 되찾고 사람들이 문화적 소비를 더 많이 하는 날을 고대하며 우리는 오늘도 책을 만든다. 1이 모여 100 된다는 것. 그것을 프로(%)라고 생각하면 탄탄한 출판사가 될 확률은 올라가고 있다. 올해의 딥앤와이드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출판사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일은 정말 힘들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일은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애증의 마음으로 키보드를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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