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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an 01. 2021

코로나로 고생한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2020년 12월 31일 마지막 일기







2020년 12월 31일 마지막 일기


1. 2020년이 무심하게도 흘러갔습니다. 어렸을 때 도덕책을 보면 2020년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을 거라 했는데 웬걸 포악한 바이러스가 나타나 우리의 삶을 통째로 변화시켰네요.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변화에 적응하며 꿋꿋이 일상을 지탱한 여러분과 저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무기력하지 않았어요. 그쵸? 그러니 올해의 내 모습을 자책하지 마시고 우리 반드시 평범했던 일상을 되찾아봅시다. 


2. 저는 서른 살이 됐습니다. 찬란했던 20대가 노을처럼 저물었네요. 10년을 뒤돌아보니 후회가 덕지덕지 발라져 있어 마음이 쓰렸지만 남들만큼 열심히 산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제 행복을 위해 한 선택들이니 오늘에 만족하며 살아보겠습니다. 시간이 점점 빠르게 흘러가네요. 저도 이런데 어머니, 아버지는 무심한 세월에 어떤 감정을 느끼셨을까요. 아무쪼록 30대는 후회가 덜했으면 좋겠습니다. 겸손과 지혜 그리고 영악함과 적당한 이기심을 가진 채 꿋꿋한 어른이 되고 싶고 더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네요. 


3. 딥앤와이드 출판사는 이제 2년 차에 접어들었고 우리는 총 11권의 책을 만들어냈습니다. 대박을 터트린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좋은 책을 만들었기에 후회는 없어요. 11권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많거든요. 속을 썩인 책, 애정이 가는 책, 배운 게 많은 책, 다행히 수익을 내준 책들이 모여 지금의 딥앤와이드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탄탄한 출판사를 운영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저는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어요. 명확한 지도가 없었던 때, 향해자가 나침반과 파도에 의지한 채 섬을 찾아다녔던 것처럼 우리도 지금의 방향에서 속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분명 어느 섬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1년에는 여러분들의 손에 쥘 수 있는 책을 더 많이 만들거에욧! 









4. 어머니가 자취방에 김치를 보내주셨는데요. 집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두둑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의도치 않게 라면과 김치볶음밥을 많이 해 먹고 있습니다. 맛있는 김치 하면 생각나는 음식이잖아요? 1월에는 아버지 제사로 부산에 내려가는데 그때는 오징어 덮밥을 해달라고 땡깡을 부릴 거예요. 그러고 보면 엄마의 음식은 이상한 마법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너무 그립기도 하고 먹으면 몇 달치의 힘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5. 올해 클래스를 운영하며 총 63분의 작가님들과 함께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습니다. 4권씩 제작을 했으니 총 272권이라는 책을 만들었네요. 역시 무던한 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작가님들의 이름을 보면 얼굴과 목소리가 생생히 떠오릅니다. 아마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죠. 그중에 가슴 아픈 일이 있던 분도 있고 아직도 종종 안부를 주고받는 분도 있지만 함께 나누었던 시간을 부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오래오래 글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언젠간 다시 만날 지도 모르니까요. 








6. 아무쪼록 올 한 해 너무 수고하셨고. 

항상 건강하세요 여러분. 건강해야 맛있는 것도 먹고 사랑도 할 수 있으니까요. 

내년에는 우리가 덜 불행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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