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보고
삶에 빈틈이 존재하지 않으면 눈썹은 자연스레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럴 시간 없어. 나중에. 조금 이따 대화하자. 해달라고 했잖아."
그렇게 시야는 점점 좁아져간다. 내기에 걸린 경주마처럼 그저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나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고 그 사이로 사랑이 하나둘 새어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폐허에 나 홀로 덩그러니 서있다. 처음엔 다들 어디로 갔냐고 소리를 칠 테지만 이윽고 느낄 테다.
'아, 내 삶이 엉망이 되어버렸구나.'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해결하지 못할 일을 해결한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걸 어떻게 이겨냈어?"
"그냥 얘기만 했을 뿐이야."
왜 우린 이상한 사명감에 사로잡혀 입을 열지 않고,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속에 있는 말을 꺼내는 것만 해도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 많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삶은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헤쳐나가는 것이었다. 무기를 쥐는 것이 아닌 다정함을 건네는 것.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듯, 그것을 이용하는 게 아닌 보듬아주는 게 우리에게 필요하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더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게 아닌가. 그러니 더 다정하게 굴 필요가 있겠다. 이 온기는 그 어느 무기보다 강하기에 이 지독한 삶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오게 하고 모든 악의를 사라지게 만든다.
"엉망이어도 괜찮아.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모든 걸 할 수 있을 테니까."
이 대사를 보고 잊지 않기 위해 수십 번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정말 엉망이어도 괜찮지.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지 않아도 우린 모든 걸 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천천히 나아가면 결국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작고 어리석은 존재이니 애초에 완벽할 수 없는 존재다. 행복은 일생에서 작은 순간이니 촘촘히 모으다 보면 내 눈도 맑게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아, 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준 이 영화가 나를 안식으로 이끌어 주었다.
혼자 하려고 하지 않아야지. 더 세심하게 사랑해주어야지.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맙다고 말해야지. 그리고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을 쫓지 않아야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