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Nov 18. 2022

눈을 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무기력을 대하는 나의 자세 


순수한 결정체



마음을 써야 하는 상황에도 도무지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방전이 돼버린 것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는가. 몇 년 동안 잘만 되던 리모컨이 갑자기 먹통이 되는 것. 건전지를 바꿔야 하는데도 기어코 며칠을 버티는 것처럼 나는 무기력하고 일상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감히 새로운 걸 할 수 있겠나. 이제는 항구를 닫은 도시처럼 기존에 있는 것을 지키기 바쁘다. 

아, 그 에너지 넘쳤던 청춘이 저버렸다. 고개를 떨구며 나도 한낮 인간에 불과하다는 걸 느낀다. 저기 흙바닥에 개미 한 마리가 자신의 몸뚱이보다 2배는 큰 빵조각을 열심히 옮기고 있다. 너는 무엇을 위해서 그리 열심히 사니. 이건 어쩌면 나에게 묻는 질문. 나는 눈만 끔뻑이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태어나면 하나의 세계가 창조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가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서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지루한 나의 인생도 그대에게 판타지가 될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 겹 놓이는 것 같았다. 

나는 이미 멋진 생태계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지 새로운 걸 만났을 때 극변 하는 것. 자연은 스스로 자멸하지 않으니 지금 이 공허함과 조급함을 거짓 없이 인정하기로 한다.  


무기력한 하영.

리모컨 건전지를 바꾸는 것보다 TV를 꺼보는 건 어떻니. 그러니까, 보지 않는 걸 택하면 굳이 마음을 쓰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의 넌 자꾸 무언갈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잖아. 없는 에너지로 무엇을 해봤자 결과는 뻔할 뻔자야. 그간 해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 테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뜨겁게 인생을 산 것은 다 오늘을 대비한 것이니 나태해지고 멀뚱히 서 있기도 해 봐. 이제 곧 겨울이 와. 너도 동물. 저기 큰 곰도 동물. 쟤가 동굴로 들어가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너도 통통한 배로 가만히 쉬어도 돼.  





Chopin: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Op. 21 - I. Maestoso

이걸 들으면서 썼어요. 그것도 아주 몰입 있게..





아, 그리고 저의 3년 만의 신간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

제 글이 괜찮으시다면 이번 책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열심히 작업했거든요! 다정한 위로는 제가 보장할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이야기> 

알라딘 : https://vo.la/RRnq5T

교보문고 : https://vo.la/fXWWn5

Yes24 : https://vo.la/70g4Uk



매거진의 이전글 3년 만의 신작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이야기> 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