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브레이커

벌거벗은 임금님

by 태준열

『옛날에 어느 나라에 욕심 많은 임금님이 있었다. 하루는 거짓말쟁이 재봉사와 그의 친구가 임금님을 찾아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하며, 그 옷은 입을 자격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시간이 지나고 재봉사는 임금에게 옷이 완성되었다며 입어볼 것을 권하였고 옷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임금 역시 어리석음을 숨기기 위해 옷이 보이는 척 한다. 결국 임금님은 거리를 행진하게 되고 모든 신하들은 임금님이 입은 투명 새 옷을 보며 오히려 너무나도 훌륭한 옷이라고 임금님을 칭찬하며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임금님의 멋진 모습을 찬양했다.- 이하 생략』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장면이다. 어릴 적 별 생각 없이 읽었던 동화 중 하나지만, 어른들에게 더 나아가 조직 리더들에게 충분히 교훈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리더들은 자신이 어떠한 옷을 입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혹시 투명옷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임금님에게 투명 옷이 멋져 보인다고 했던 신하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눈에 보이지도 않은 옷을 보면서 '만세' '우리 멋진 임금님께서 지나가신다!' 라고 외쳤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과연 누가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당신은 지금 벌거벗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랬다가는 진작에 병사들에게 잡혀서 옥고를 치르거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은 쉽지않다.


지인의 회사에 있었던 한 리더 이야기를 잠시 하고자 한다

A리더는 자신의 커리어개발을 위하여 외부교육에서 배운 것,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알았던 것 등 많은 부분에 있어 자신의 직속 조직에 적용해 보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하였다

분명히 교육을 받고 공부하고 또 실제 조직에 적용해 보고 과연 실제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개선이 가능한 건지 확인해 보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개인의 커리어를 위하여 회사와 직원들을 개인적으로 활용하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사실 조직에 있을 때 스스로 본인의 커리어나 제2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직장생활의 미래를 생각하는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부하직원들을 자신이 배운 지식과 기술을 써 먹는 개인 테스트 대상으로 생각하는 데서부터 생기기 시작 하였다. 물론 본인에게도 도움이되고 그것이 조직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 했다. 이틀이 멀다 하고 사람들을 동원했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많이 힘들어 했고 내색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삼삼오오 사람들만 모이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는 모습들이 대부분 이었다. 직원들은 그 상사 앞에서는 감사하다고, 좋은 것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리더의 학식과 경험을 칭찬했기 때문에 리더 본인은 대단한 업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마치 본인이 선각자나 되듯이 뿌듯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직원들은 모두 힘들어 했고 정작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일도 못하고 남아서 야근을 해야 했고 그렇게 만드는 그 리더를 마주치면 또 칭찬 해야 했고…악순환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 직원들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지인은 그런 리더의 모습과 직원들의 힘든 모습을 보게 된 이후로 부터 '사람'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고싶어졌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 이라는 게 참으로 웃픈 현실인 것 같다.


정답을 가지고 직원들을 그 속에 몰아넣고 정답을 맞추길 원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어찌 안전함을 느끼고 어떻게 자신과 회사를 생각하고 어떻게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직원들이 어느 순간부터 리더를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보기 시작할 때, 리더는 리더로서의 자격이 완전히 없어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 나가는 리더들은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이 존중 받고 있다고, 존경 받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 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보 같은 리더들은 그런 순간을 모르고 지나친다. 자신을 추앙하는 사람들 속에서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보면서.


안전한 환경과 위협적인 환경

리더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누구나 부하직원들이 자신을 잘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왜? 나는 임원이니까. 부장이니까. 나는 팀장이니까....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부하직원들이 일을 잘 해 나가고 있으며 나에게 호되게 배우고 있고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라는 그러한 믿음이 있으니까. 자신이 업무지시를 할 때 부하직원들은 노트필기까지 해 가면서 상사의 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혹시 상사가 일장 연설을 할 때 노트에 동그라미를 연속으로 그리거나 밑줄을 하염없이 친 적이 있지 않은가?

부하직원이 진짜 일을 더 잘 하고 싶어서 상사의 말을 받아 적는지 아니면 나중에 상사가 본인의 말을 잘 이해 했는지 물어볼 때를 대비하여 계속 받아 적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니면 상사가 왔가 갔다 매번 다른 지시를 하니 뭔가 증거를 만들어 놓기 위해서 받아 적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리더들은 부하직원들의 적극적인(?)모습을 보면 매우 만족해 한다. 대부분 그럴 때 자신의 위치와 권위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그렇게 착각 속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리더가 조직 구성원의 둘레에 안전권을 만들어 준다면 구성원 개개인이 집단 내에서 느끼는 위협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계속되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고 큰 기회를 포착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 사이먼 사이닉(저)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나의 생각을 말 해도 되는 안전한 환경 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조직의 성과나 일에 대한 아이디어, 전략, 정책적 완성도는 높아진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고 결국 이러한 생각들이 모아지면 조직의 방향성이나 전략들이 보다 더 견고해 질 것이고, 이러한 긍정적인 모습들은 분명히 조직의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반면에 어느 누구나 리더 앞에서 안전함 보다 위압감을 먼저 느낀다면 거짓된 말과 거짓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진짜 생각을 이야기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충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부하직원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잘 모를 것 같지만 상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가 진심으로 일에 임하는 지, 부하직원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지, 자리에 연연하는지 역할에 집중하는지..만약 내가 리더로서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리더로서 진정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팀원들이 회의석상에서나 일을 하는데 있어서나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해도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먼저 줘야 한다.


직원들에게 멋진 말을 하길 좋아하고 자신만의 정답을 가지고 직원들을 그 테두리 안에 넣으려고 했던 그 A 리더는 사실 은근히 억압되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두려운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부하직원들을 떨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가 가지고 있던 것이 진짜 정답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직원들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 했는지, 직원들을 올바른 방식으로 이해를 시키면서 함께 가고자 했는지, 그리고 그가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이 과연 진실성이 있었는지 그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그 A리더는 지금도 자신이 정말 좋은 조직을 만들어 놓았고 직원들을 엄청나게 성장 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부하직원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당연히 부하직원들은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려웠기 때문에..하지만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조직생활에서 ‘쇼잉’이라는 말은 정말 매일같이 나오는 말 이지만 필자의 조직생활 경험으로 보았을 때 진실성 없는 그 ‘쇼잉’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스스로 자멸하든 어느 누가 건드려 주든 아무튼 결국 어떤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하여 그 견고한, 진실성 없는 쇼잉의 모습은 발가벗겨지게 되어있다.

부하직원들이 아무리 나를 잘 따르고 있다고 한들 그것이 진실된 것이 아닌 그저 두려움에 의한 것 이라면 언젠가는 본인이 만든 조직의 문제가 만 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결국 이것이 당신의 리더십 이었군요!' 이렇게 말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의 결말에, 결국 거리에서 임금님의 퍼레이드를 보고 있던 한 어린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라고 소리치면서 웃었듯이 언젠가 진정성 없는 리더십은 시험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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