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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Feb 17. 2023

"갑 같은 을"이 되는 방법

팀장, 선택의 기로에 서다

바위틈에 숨은 고기는 잡기 쉽다.


언젠가 "돌틈낚시"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돌틈 낚시는 바닷가, 계곡 어디에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낚시라고 한다. 어떤 어종은 넓은 바닷가나 계곡을 헤엄처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돌틈 사이에 숨어서 서식하기 때문에 비교적 낚시 포인트를 알기 쉽고 또 쉽게 잡을 수도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도 돌틈낚시와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떤 이는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다닐 것이고 어떤 이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돌틈에 안착하고 적응할 것이다. 뭐, 생각해 보면 어떤 상황에 있던 낚싯꾼에게 낚여 저녁식탁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고 포식자의 한입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든 물고기든 그냥 바위틈에 숨어 있는 것보다 드넓은 바다를 헤엄처 다니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존가능성 면에서 보더라도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긴 하다(딱히 근거는 없다 그냥 내 생각이고 경험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조직생활을 할 때 나는 정확히 두 가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하나는 돌틈낚시처럼 안전하게 숨어있듯이 회사생활을 한 경우고 또 하나는 바닷가를 미친 듯이 헤엄처 다니듯 회사생활을 한 경우다. 물론 어떤 것이 더 생존가능성 면에서 좋을지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리고 내 경험이 일반화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확실히 느낀 것은 있다. 조직에서 나 스스로 "을"이라고 생각하면 정말로 계속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마치 말 잘 듣는 돌쇠는 영원히 돌쇠가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말을 잘 들을수록 칭찬을 받고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찐 을"이 되어만 갔다. 뭐라고 할까...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피 흘리는 상어는 동족이라 할지라도 같은 상어들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할까? 조직에서 누군가 피를 흘리면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피 흘리는 사람이 정해지는 이상한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아, 물론 조직생활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만은 아니다. 당시 나의 특정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나는 이직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어갔다. 나는 을이었지만 갑 같은 을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드라마 대행사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 스스로 내 몸의 어디든 긁을 수 있다면 내가 갑이 맞는데 만약 등이 가려울 때는? 나 스스로 시원하게 긁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 정말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다면 그는 갑같은 을이 된다"]



나는 "갑 같은 을"이란 표현대신 "파트너 또는 러닝메이트"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내 상사가 임원이든 사장이든 나는 부하직원이 아니라 "함께 뛰어주기를 바라는 파트너, 러닝메이트"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협조자"로 인식되었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조금 나은 대우를 받는 종 아니냐", "그래봤자 언젠가 회사를 나가야 하는 을 아니냐".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러닝메이트를 해 본 사람은
언젠가 나만의 레이스를 하게 되지 않을까?

파트너가 되어본 사람은 언젠가 나만의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속한 곳에 머무르는 동안이라도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이후 내 인생도 보다 적극적이고 성공적인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스스로 "을"이라는 생각보다 "러닝메이트"가 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물론 갑과 을로 나뉘어지는 삶의 현실은 부정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나는 항상 을로 살 수밖에 없어!" "이놈의 갑 놈들!" 이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생각은 현실을 만들어 낸다는 조셉머피박사의 말처럼 우리는 부정적인 것보다 항상 더 나은 것, 더 발전적인 것에 마음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와 러닝메이트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적용했던 방법이 몇가지가 있다.  물론 다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낸 방법이니 나름 사람들에게 소개 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첫 번째.

내 일에 있어서 분명한 "관점과 견해"를 갖는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니겠냐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어떤 이슈 앞에서 말을 얼버무리거나 내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리더가 내 생각을 말하지 못하면 그냥저냥 평범한 수준에 머물게 된다. 내 생각과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아니고는 그다음의 문제다. 조직에서 "생각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이. 예를 들어 면접도 마찬가지다. 난 항상 면접을 보는 사람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 "내가 할 말을 외우지 말고 생각을 하세요" "꾸준히 고민하고 생각한 사람은 언제, 어느 누구와도 자신 있게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게 면접을 잘 보는 길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상사의 부하가 아니라 함께 뛰는 파트너, 러닝메이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에겐 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연관이 있다.

내 생각을 말하는 것과 싸우는 것은 다르다. 내 견해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을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내 생각을 잘 말하는 것과 상사와 싸우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 예전에 이런 적이 있었다. 인사팀장이었을 때 마케팅 팀장을 채용하는 면접에 대표와 함께 들어간 적이 있었다. 대표는 면접이 끝나고 나의 생각을 물어왔다. 나는 몇 가지 이유로 채용을 반대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채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화가 계속되었지만 결국 나는 상사의 생각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판단에 있어서는 나의 주장을 계속 고수할 수 있다. 팩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치판단은 다르다. 그건 그 사람의 가치관과 느낌 그리고 신념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질문을 했다. "예전에 게임회사에 있었을 때 과장급을 파격적인 연봉을 주고 채용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매우 능력 있는 개발자였기 때문이죠. 대표님은 이분을 그 정도 크기로 보고 계십니까?" 그는 그렇다고 말했다. 나의 대답은 이랬다. "그렇다면 대표님 생각에 따르겠습니다".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지만, 내 생각이 여전히 맞다고 보지만 리더의 가치판단이 그렇다면 과감히 따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상사의 의사결정에 따르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 생각도 고수할 수 있었다. 물론 이후에 내 생각이 맞았고(마케팅 팀장은 6개월 후 퇴직했다) 그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후 나를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중요한 이슈마다 나와 많은 대화를 하였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있지만 내 일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다. 더군다나 요즘 사회 분위기는 대를 불문하고 "조용한 퇴사"가 트렌드니까. 뭐 이런 분위기가 맞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있다. 하지만 조직에서 갑 같은 을, 상사의 부하가 아니라 파트너, 러닝메이트가 되고 싶다면 한번 해 볼 수 있는 생각이다. 우선 내 일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자세부터 달라진다. 진짜 내 사업을 하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구성원을 조직하는 것, 일을 분배하는 것, 성과가 나오는 시스템구축, 과정 등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일 것이다. 진심이 조금은 더 들어갈 것이다. 사실 조직에서 이런 생각으로 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 돋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진짜 내 사업을 하게 될 경우 이런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손해 볼 것은 없다. 일거양득 아닐까?


내가 회사의 주인은 될 수 없지만 일의 주인은 될 수 있다. 내 일에 대한 적극적인 견해와 생각을 만드는 것,  누가 물어봐도 명확한 내 생각을 말 할 수 있는 능력, 가치판단과 사실판단에 대한 나만의 원칙(팀원에게도, 상사인 임원이나 대표에게도)을 만드는 것, 조직에서 내 사업을 한다고 생각할 만큼 적극적인 태도와 행동.


결국 이런 생각과 행동은 "나"를 위한 것이지만 "회사"를 위한 것이 되기도 한다.



세상은 참 이상하다.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을이 되는 것을 자처했을 때 난 더욱 을이 되었다. 반면에 갑 같은 을이 되고자 결심하고 행동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랜 회사생활동안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을까? 일이 너무 많았을 때?, 상사의 횡포? 짜증 나는 팀원? 모두 아니다. 을로서 갑에게 너무 잘 보이고 싶었던 때였다. 좀 더 나은 을이 되고 싶었던 때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를 성장시키는데 1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생각을 바꾼 후로부터 난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되었고 "부하직원이 아니라 회사의 파트너"가 되었다.


사원이나 팀장이나 임원도 마찬가지다. 모두 누군가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는 갑이 되기도 하지만 을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을을 자처한다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아니 회사를 나와서도 영원히 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바위틈에 숨어서 안전하게 머물고 싶은 물고기라면 지금 당신은 안전하지 않다. 바위틈에 숨은 물고기는 더 쉽게 잡히기 때문이다. 바위틈에서 나와 적극적으로 드넓은 강을, 바다를 헤엄쳐야 한다.



사진: UnsplashDamir Kopezhanov

사진: UnsplashHuckster


태준열 리더십코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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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열 강의분야/강의프로그램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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