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Leadership의 시작
20년이 넘는 제 직장 경력에는 한 회사에서의 아주 특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각성" 하게 되었던, 그제서야 스스로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생존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그때의 경험으로 일과 성취에서 오는 감동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택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게임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직을 하면서 이전까지 HRM 리더 역할을 했다면 이곳에서는 HRD와 HRM 그리고 조직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조직개발 리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HR Total 커리어를 철저하게 맞춘 이직 경로였던 거죠. 저는 딱 맞는 이직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난 역시 분석도 잘하고 통찰력도 있는 현명한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이전 회사보다 작은 회사였지만 매출 안전성이나 복지 면에서는 최고였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상을 감지했습니다. 입사 첫날 아침, 그것도 출근하자마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던 거죠. 이웃 부서 인사총무과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실장님, 만나 뵙게 된 건 정말 좋은데.... 독배를 마시는 자리에 오셨습니다. 아마 힘드실 거예요. 지금까지 실장님들이 6개월도 못 버티고 나가셨거든요. 조직체계도 엉망이라.." "인사총무팀이 있는데 실장님 부서인 조직개발실을 또 만든 거예요. 이전 실장님들은 부서의 정체성에 불만을 품고 다 나가셨어요. 아마 실장님도 인사 경력에... 무지 헷갈리실 거예요."
"독배? 이게 무슨 말이지?"... 순간 쎄~한 느낌...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네? 그럼 제가 인사/조직문화 총괄이 아닌 건가요?" 인사총무팀이 따로 있다고요? 이거.. 면접 때와는 다른데? 그냥 아주 최소 행정기능만 하는 직원들이 있다고 들었고.. 그들을 잘 이끌어 달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제 머릿속에 다시 잡코리아와 사림인 사이트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 이거 또 이직을 해야 하나?"
내 커리어에서 최초로 실패한
이직이 되는 건가?
조직을 새롭게 세팅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자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었고 조직 구축과 회사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도전이 제 경험이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큰 용기를 내었던 거죠.
하지만 대표나 임원들의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은 처음부터 좀 이상했습니다. 사람들하고 식사 자리 많이 만들고 술 많이 마시고 이벤트 열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조직개발과 HR, 육성, 성장... 이런 말은 없었습니다.
실장님 법카는 한도가 없어요. 아시죠?
그러니까 식사자리 술자리 많이 만드시고 이벤트도 많이 하세요
대표이사는 티타임에서 이 말을 강조했습니다.
조직 활성화를 위해서 틀린 말은 아닌데.. "이 사람들은 이런 활동을 조직문화의 근간으로 보고 있는 건가?" 알고 보니 이 부서의 특징은 "양념이나 윤활유" 역할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가보기엔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난 실장들이 다 나가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사 경력을 망치게 되는 거니까요.
전 아차 싶었습니다.
"그렇게 잘난척을 하더만....걸려들었구나"
누구나 그렇듯 저도 며칠간 최대의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 종이에 생각을 적고 그린 것이 수십 페이지나 되었으니까요.
1. 다른 실장들처럼 다시 이직을 하거나... 그러려면 회사를 다니면서 최소 1~2개월을 준비해야 하는 거고..
2. 대표이사나 임원들의 요구에 맞추면 난 그냥 술상무 아니면 이벤트사 직원이 되는 거고... 내 커리어 계획은 엉망이 되는 거고..
3. 그냥 따르자니 커리어가 꼬이는 거고 이직하자니 이것도 꼬이는 거고...
4. 제3의 길: 여기서 한번 싸워보고 생존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성장하는 것. "회사를 위한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경영진을 설득하고 그에 맞는 일을 하고 내 커리어를 여기서 더 성장시키는 것(극한의 어려움을 이기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
저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여기는 도전하고 모험을 하기 위해 온 것이고...그 선택을 완성시키자는 것이 저의 결단이었습니다. 저는 생존과 성장의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제 리더로서 어떻게 생존할지, 어떻게 성장할지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밀어붙이는 일만 남아 있었습니다. 마키라벨리가 이렇게 말했다죠?
네. 저 또한 뒤로 물러서지 않기로 했고 의지를 키워 어려움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뒤 저는 바로 1단계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1단계 행동은 저의 컨셉, 그러니까 "리더로서의 색깔"을 드러내고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 이었습니다. 즉, 초두효과로 포지셔닝 하는 전략인거죠.
<내가 경험했던 최고의 회사생존 이야기> 다음 화2화에서 계속됩니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태준열 리더십 코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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