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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했던 최고의 회사 생존 이야기 4화:버리기전략

Survival leadership

by 태준열

진짜가 되기 위한 진심

우여곡절 끝에 팀원들을 채용했고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 포지셔닝을 해야 할 때였습니다. 다음 단계는 내 실력이 아니라 팀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리더는 초기에 자신의 경험과 실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정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팀을 움직이는 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제가 경계해야 할 건 "보여주기식" 일이었습니다. 알맹이 없는 포장은 언젠가 뜯기기 마련이고 실력 없는 과장은 본질이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제 가치관도 그랬고 직장 생활을 해 오면서 많이 본 것도 그런 것이었습니다(진짜와 가짜, 성공과 실패의 모습)


모닝커피타임

그래서 저는 팀원들과 일하기 전에 항상 티타임을 했습니다. 그것은 그냥 어디서나 하는 말,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전투의 한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을 가짜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의 싱크를 맞춰야 했습니다. 그냥 친해지기 위한 티타임이 아니었던 거죠. 물론 분위기는 즐겁고 자유로웠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일에 대한 생각,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이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 중장기 커리어 계획, 목표와의 연결, 삶에 대한 생각, 사람들에 대한 느낌 등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다 보니 저와 팀원들 서로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고 더욱 가까워지기도 했습니다. 팀원들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가 되었던 거죠.


뜻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 화이트보드 워리어

저는 필요할 때마다 화이트보드가 꽉 차도록 쓰고 또 썼습니다. 그리고 전략을 그렸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라 해도 못할 것 같은데.... 당시에는 집에 가서 새벽까지 노트를 펼치고 우리가 해 나가야 할 일과 전략, 전술을 그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전략과 방법들을 팀원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나중에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는 실장님이 거의 미쳐있는 것 같았다고... 따라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티타임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더 자주 했던 거죠. 이런 생각을 서로 알고 싱크를 맞추려고요. 다행히 팀원들이 따라주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선택과 집중. 버려야 하는 것도 리더의 책임

당시 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냐 하면,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보여주었던 일과 성과들 때문이었습니다. 밝은 면으로 보면 회사의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었지만 어두운 면으로 보자면 경영지원본부 임원과 인사총무팀이 저를 경계하게 만든 계기도 되었으니까요. 업무영역 때문에 임원 간에 서로 줄다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임원회의 까지 가서 의사결정을 받기도 했죠(당시 저의 부서는 실험적 부서였기 때문에 다른 부서 임원이 겸직 본부장을 맡고 있었고 우리 측 임원은 경영지원 본부 임원과 살짝 경쟁관계였음. 입사 한 실장이 다 우리가 할 수 있으니 인사 관련된 일은 우리가 하겠다고 하니(인사총무팀은 총무만)....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었고 인사총무팀과는 미묘한 관계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좀 너무했나... 싶기도 합니다^^).


제가 그린 부서의 모습, 회사에 제대로 기여하고 개인적인 발전도 이루는 모습, 이 모습을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었습니다. 잘했든 못 했든 엄연히 기존 조직이 있었고 그들만의 네트워크 또한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사전략, 기획, 조직문화, 교육 이러한 HR 카테고리를 모두 우리 부서에서 하려고 했던 것은 전문성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기존의 인사총무 조직보다 우리 조직의 전문성이 더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물론 저만의 관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후퇴를 해야 했습니다. 기존 조직과 우리 조직(조직개발실)이 HR 영역을 나누어 하자는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뭐... 실망감은 없지 않았으나 선택해야 했습니다.

우린 모든 것을 버리고 하나의 영역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HRD, 임직원 역량개발이었습니다.


이제 모든 영역을 버리고 하나를 잘해 내기 위해 다시 화이트보드 앞에 서야 했습니다. 저는 또다시 화이트보드가 꽉 차도록 쓰고 말하고 그렸습니다. 이제는 팀원들도 함께 생각하고 쓰고 말하고 그렸습니다.


결국 우리 부서는 직원을 성장시키고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전문 부서로서 포지셔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6년 동안 말이죠 (결국 몇 년 뒤에는 인사의 모든 것을 맡아서 하는 부서가 되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인사관리(HRM) 리더만 하다가 조직개발과 임직원 역량개발을 함께 하게 된 계기도 바로 이때 부터였습니다. 참 파란만장했죠.



저는 이 과정에서 리더로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얻은 교훈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1. 강력한 리더십은 팀장의 솔선수범에서 나온다: 자신이 맡은 조직의 생존과 성장, 회사 기여 등에 대한 고민은 누가 뭐라고 해도 팀장이 앞장서야 한다. 나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리더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는 있어도 내가 해야 하는 생각을 외주 줄 수는 없는 일이다.

2. 팀원은 팀장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한다: 뭔가 세상의 이치는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성장시키려 인위적으로 노력하기보다 나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누군가 따라오는 사람이 생긴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당시 팀원들도 이러한 나를 보며 일과 태도 그리고 커리어개발을 어떻게 하는지 많이 배웠다고 한다.

3.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경험이 된다는 것: 우리 인생을 스쳐 지나가는 짧은 한 순간도 내가 배우고 교훈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찐 경험이 된다는 것. 그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어떠한 일도 배울 수 없다는 것. 그러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내 스승이라고 생각할 것.

4. 전략은 생존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생존은 무엇을 버릴 수 있는가에서 나온다는 것: 리더는 무엇을 더할까 보다 무엇을 버릴까에 신경을 써야 한다. 확장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확장은 단계가 있고 각자의 단계에는 버릴 것이 존재하는데, 확실히 버릴 것을 버려야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집중하고 에너지를 더 해서 생긴 성과는 그 위에 탑을 쌓을 만큼 견고한 것이 된다. 확장은 먼저 빼고 더하는 것이다.

소통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져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팀원들과 친해지기 위해 업무 전에 차나 한잔할까?.. 이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커피와 함께 하는 아침 시간은 우리 팀에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여기에서 의사결정도 할 수 있었고 일 적인 대화도 나눌 수도 있었다. 일과 성과가 빠르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솔직한 대화로 인해 곁가지는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통은 곁가지가 아니라 본질을 위해 하는 것이다. 서로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대화 중에 본질이 나올 수 있을까? 겉도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다. 리더는 소통을 해야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통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힌다.


이직을 한 뒤 초반부터 적응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리더로서의 컨셉을 보여주는 것, 사람들 속에 들어가는 것, 초반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 업무영역에 대한 이슈를 던지는 것, 팀원을 채용하는 것, 선택과 집중 등등 모든 것이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 회사에서만큼 나의 생존력을 높였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지만 결국 나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거죠.


그래서 지금은 그 회사에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나를 힘들게 해 줘서 고마웠다고 말이죠 ㅎ


다음은 내가 경험했던 최고의 회사 생존이야기 5화. <깐깐하고 힘든사람>편에서 에서 뵙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경험했던 최고의 회사 생존 이야기 4화


내가 경험했던 최고의 회사 생존 이야기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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