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한 회사를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면접관을 보면 회사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한 유명 유통기업에 HRD 팀장 포지션으로 면접을 볼 때였습니다.
부회장이 면접관으로 나오는 최종 면접이었는데, 저는 합격을 했음에도 그 회사를 가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면접관과 질문들을 보면 그 회사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회사는 이런 부분을 좀 헷갈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1. 신중하게 후보자를 보는 것과 무례한 질문을 하는 것
2. 본인들만 후보자를 판단하고 있다는 것
3. 본인들이 회사를 보여주는 첫 관문이라는 사실
최종 면접에 저 하나를 두고 7명이 면접관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좀 놀랐습니다. 이건 면접이 아니라 심리 압박 테스트인가?...
하지만 이해하려 했습니다. 신중하게 채용하려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갈수록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압박이라 보기엔 질문이 너무 무례했고 후보자를 배려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질문했습니다.
"후보자님은 꿈이 있나요? 본인의 꿈을 이야기해 주세요"
"네, 저는 이후엔 기업과 구성원 개인의 성장을 돕는 조직개발 컨설턴트, 리더십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요? 컨설턴트가 된다.... 우리 회사 다니다가 금방 나가겠네요? 그럼 우리 회사가 징검다리인가요?" 그렇다면 제가 왜 당신을 채용해야 하죠?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의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나갈 생각하고 들어오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리더로서 합류하는 사람인데....
저는 제 생각을 가감 없이 말했습니다.
"부회장님, 혹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나 워크샵 가 보셨나요?
네, 당연히 가봤죠. 술도 한 잔씩 하고 그러죠.
네, 그분들이 부회장님께 열심히 하고 회사 잘 다니겠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렇죠, 심지어 회사에 뼈를 묻겠다고 하죠 ㅎㅎ"
"네, 맞습니다. 그런 말도 하죠.
근데 지금까지 회사에 뼈를 묻는 사람 보셨나요?
사원도 대리도 과장도 부장도 임원도 심지어 부회장님도 뼈를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말이죠"
......
몇 초간 정적이 흘렀습니다. 부회장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부회장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심지어 리더급이 회사에 새롭게 합류하는데 처음부터 나갈 생각하고 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입사하면 최선을 다해 일하겠죠. 회사와 자신을 위해 일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인연이 다 하면 서로가 좋은 마음으로 응원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정상 아닐까 합니다. 서로가 언젠가 헤어지겠지만 함께 있는 동안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서로 성장하는 겁니다. 저는 그게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를 채용하시는거 아니었나요?
면접이 끝나고 저는 당연히 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속은 후련했습니다.
며칠 지나고 전화가 왔습니다.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입사하지 않았습니다.
면접을 보러 대 회의실로 가는 길에 보이는 책상 배치, 사원 뒤에 대리, 대리 뒤에 과장, 과장 뒤에 부장, 부장 뒤에 이사.... 뒤에서 팀원들 모니터를 보게 되어 있는 자리 배치..... 상황과 생각의 압박이 아닌 사람 자체에 대한 압박.
제 판단이 모두 옳고 그들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후보자로서 느끼는 직감이 매우 부정적이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몇 가지 시그널로 그 회사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면접 프로세스, 면접관의 태도, 그들이 하는 질문으로 그 회사의 일과 관계, 그리고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회사의 태도, 조직문화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 이런 회사를 봅니다.
어쩌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더라도 조기 이탈하는... 이런 상황 때문에 고민인 회사. 채용 자체가 잘 안되는 회사, 포지션들이 1년 내내 채용공고에 걸려있는 회사, 포지션이 클로징 되었는데 6개월 정도마다 또 공고에 올라오는 회사.
그래서 결론은 채용인원을 늘리고 면접시스템을 바꾸고 헤드헌터를 더 많이 활용합니다. 사람들을 채용하지만 또 나가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문제를 잘못 짚은 것입니다.
채용이 안되는 회사는 채용이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가 걸리는 부분은 "채용시스템 자체가 아니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조직문화와 리더들의 리더십"입니다. 일하는 방법과 운영 원칙, 사람을 대하는 근본적인 생각이 문제입니다. 면접관이 별로면 그 회사의 리더들의 수준이 별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회사의 얼굴이 될 수도 있는 면접관에 별로인 리더를 등판시키는 조직은 내부에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리더인지 그렇지 않은 리더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들이 좋은 후보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거니까요.
리더가 어떤 사고력을 가지고 있는가?
후보자와 어떤 대화를 할 수 있는가?
어떤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후보자의 어떤 면을 보고자 하는가?
이런 문제는 면접관(리더)이 어떤 질문을 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싶다면, 좋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내게 하고 싶다면, 채용절차나 시스템 보다 조직의 리더십 수준, 경영진의 생각, 업무기준, 성과 원칙, 협업 기준과 같이 수많은 조직의 내부 연결고리 중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그것부터 찾고 좋은 연결고리로 교체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연쇄반응(Chain-Reaction)이 일어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면접에서 “이 회사는 아니다”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또는, 반대로 “이 회사는 다르다”라고 느꼈던 경험도 있으신가요?
앞으로도 조직과 리더십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계속 나눠보겠습니다.
조직의 채용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면접 프로세스보다 먼저 “리더와 조직문제에 대한 질문”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감사합니다.